행복 에세이
[에세이] 카스트로폴로스!!
한결
아침에 일어나 서둘러 출근준비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아 한 번 다치면 최소 일주일에서 이주는 고생을 해야하기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악! 아, 제길 이거 허리 또 작살났네. 힘든 날이 되겠는데"
겨울엔 찬 기온에 종종 이런 일이 있었지만 여름에는 거의 없는 일이라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조금 주의했으면 되었을텐데 그렇게 조심하자고 동작을 느긋하게 하자고 다짐했건만 순식간에 다친 허리는 시간이 흘러야 나을 것이다. 허리가 삐끗해서 문제가 생길때면 스스로 알아차린다. 그러나 그땐 이미 후회해도 늦었고 통증을 견디며 좋아질 때까지 견디어야한다. 그나마 아주 세게 삐끗한 것은 아니어서 얼른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먹었다. 복대를 차고 어기적거리며 출근길을 나선다. 바로 약을 먹어서 그런지 조금 불편하지만 견딜만하다.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불행 중 다행, 이 정도라서 감사함이다. 여기서 조금 더 심했더라면 통증의학과에가서 허리 이곳 저곳에 주사를 맞았을 것이고 회사도 나가지 못했을 거다. 오늘따라 급하게 처리해야한 중요한 일이 있어 일찍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나마 이정도 선에서 막았으니 어쩌면 만족하고 감사해야할 일인지도 모른다. 휴가를 낼수도 있으나 부모님이 언제 병원을 들어가게 될지 몰라 아껴야한다. 작년에 겨우 짬을 내어 일본 여행을 갔을때도 여지 없이 아버지로부터 응급실에 가야한다고 전화를 받았었다. 여동생에게 부탁을 하여 겨우 해결은 했지만 그 후론 휴가를 아끼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늘 함께 있는 범사의 감사와 기쁨의 마음은 당연시 한 채 내가 가지지 못 한 것에 대한 욕심과 불만으로 걱정과 불안에 매여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곁에 있을 때 소중함을 모르고 없어지면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비가 왔으면 좀 시원할텐데 하다가 갑자기 계속 폭우가 쏟아지자 전국에 수해가 발생했다. 적당히 좀 덥지, 시원하게 비만 조금 오지, 그러나 자연은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 어찌보면 사람은 우매할 정도로 자기 생각뿐이다.
흐르는 물을 멈추게 막을 수는 없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에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지만 비가 내리면 언젠가는 수문을 열어 아래로 흘려보내야한다. 이게 인간이 살아가는 순리다. 우리의 삶은 모든 것과의 관계이고 관계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들, 즉, 자연, 세상, 사람, 사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나 생각 들까지 행복은 내 마음에 달려있다. 그러나 행복의 가지가 눈에 들어오게 가까이 뻗어있는 데도 앞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가지 사이로 보이는 멀리 있는 산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으려니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그땐 이미 열차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처럼 행복은 소리없이 지나갔을 것이다. 어쩌면 일생에 한 번 있는 커다란 행복, 지금까지 갖지 못했던 행복을 놓쳤을런지도 모른다.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나고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있고 평소에 하찮게 대한 작은 것이라도 내가 행복하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일 수도 있다. 아침부터 허리가 아파 고생한 날이지만 오늘 꼭 하고자 했던 일을 미루지 않고 해냄에 무지 감사하고 이만큼 아픈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날, 나는 지금까지 행복했나를 생각해본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힘든 날도 많았고 어려운 고비도 많았다. 때론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하찮고 값싼 것을 소중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믿음이 한 순간에 무너진 적도,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형편없었던 사람을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땐 세상의 전부였던 것이 시간이 흐르고 보니 말라 비틀어진 껍데기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나마 깨달아서 다행이지 않은가. 많이 아프고 나면 낫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회사에서 삐끗했다고 하니 동료들이 요즘 배가나와 그렇다니 운동을 하라니 아니 하루에 두시간 가까이 운동하는데 살찌는 것을 어쩌라구, 45세 까지는 괜찮았다고 하니 아무도 안믿는다.
'이 자식들이!, 뱃살 꼭 빼서 보여줘야지'
또 하나의 작은 목표가 생겼다. 헬스클럽에서 걷기를 하고 자전거를 탄다. 이게 왠 일, 약 기운인가 허리에 거의 무리가 가지 않는다. 끝나면 바로 옆에있는 사우나가서 몸이나 푹 지져야겠다. 운동을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점점 행복해진다. 과거는 지나갔고 현재와 미래만 남았다.
'계속 행복해져라!, 카스트로 폴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