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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냄새

사랑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아들 냄새

한결


아들의 부대개방행사가 취소되었다. 지난 번 한번 취소 되었다가 다시 한다고 했다가 이번에 무기한 연기다. 대신 부대개방행사를 위해 연가를 낸 부모님들을 위해 부모님이 부대로와서 데려가고 데려다주는 조건으로 하루 특박을 준다고 한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아예 없어졌으면 그 실망감을 어찌하리. 일과가 끝나고 오후 네시에 위병소로 나온다고하니 너무 일찍 갈 필요는 없어서 회사에서 12시까지 일을 하고 나왔다.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소풍가는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오징어 구이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신다. 볕이 따사로운게 날도 춥지 않고 가을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아들 보러가는 날은 기분도 좋고 휴게소 먹거리도 즐기게 되는 묘한 재미가 있다.

부대앞에서 만난 아들은 한층 더 숙련된 군인의 자세가 나온다. 오늘 진급식을 하여 상병을 달았고 분대장이 되어 임명식도 했다고 한다. 언제봐도 대견하고 늠름하니 믿음직스럽다. 진급 축하금을 계좌로 쏴줬다. 내 용돈이 줄어들지만 행복하다. 자식이 점점 성장해가고 어른이 되는 것을 보는 것, 아버지들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자식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은걸 보니 ㅁ모든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를 이뻐하는 것처럼 나 또한 내 새끼가 그리 이쁘니 팔불출인가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달린다. 부대로 갈 때 한 시간 반 걸렸던 것이 집으로 올 때는 차가 밀려 세시간 걸린다. 중간에 휴게소를 들리지 않았더라면 방광이 터졌을 수도 있겠다. 나이가 드니 몸의 기능들이 점점 떨어지는 듯하다. 나는 점점 저녁노을 처럼 세월에 물들어 가고 아들은 한창 해가 내리쬘 때 처럼 짱짱한 젊음을 자랑한다. 자연의 이치는 나와 아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중이다. 동네에 이르러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먹으러 간다. 아들은 휴게소에서 알감자와 호두과자, 커피를 먹었는데 고기도 밥도 된장찌개도 잘먹는다. 역시 젊음은 다르다.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 2월 논산훈련소에 입소시킨 후 늘 노심초사, 잘하고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했었고, 아들의 빈 자리가 느껴져 마음 한 구석이 구멍난 것처럼 늘 허전했었다. 이등병 때는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어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군대 안가는 놈들도 허다한데 아들이 군대에 간 것이 힘없는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미안했다. 그래도 아들은 잘 이겨냈고 부대 적응후 운동도 열심히 해서 이 번에 보니 온 몸이 근육이다. 지금까지 군생활의 반환점을 돌았고 이제 반이 남았다. 아들도 전역을 하게되면 앞으로를 살아가는데 그동안의 군생활이 큰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참는 법, 버티는 법, 동료애, 하고자하는 의지, 싫어도 해야하는 책임감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필수적인 것들을 배워오게 될 것이다.


짧고 아쉬운 시간이 후딱 지나고 귀대를 해야한다. 부모가 데릴러오고 데려다 주어야한다는 조건으로 특박을 나왔으니 연이어 이틀 째 부대 앞을 방문한다. 부대 근처에서 저녁을 먹는다. 조만간 또 면회를 가거나 휴가로 집에 오겠지만 ㄴ잠깐동안의 헤어짐이라도 늘 슬프다. 하긴 품 안의 자식이라고 어렸을 때나 내 곁에 있었지 머리가 크니 이곳 저곳에서 필요로하고 찾으니 어쩔 수 없다. 아쉬운 헤어짐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가 짧아져 한 낮의 태양은 벌써 사라지고 깜깜한 저녁, 집에 들어서니 아들 냄새가 난다. 정확히 말하면 아들이 쓰는 향수냄새일 것이다. 불쑥 현관문을 열면서 아들녀석이 "아빠"하고 들어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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