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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Jul 09. 2024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한 발짝 떨어져 아이의 도전을 지켜보는 엄마

5년 전,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부모가 된다는 설렘과 두려움을 느끼면서 초등생활에 관련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친구 관계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학부모가 준비할 게 무엇인지 또 학부모들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등 입학을 앞두고 모든 게 다 궁금했던 거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슬기로운 초등생활'이라는 유튜브를 보았다. 

     

‘슬기로운 초등생활’이라는 채널 운영자는 이번에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을 출간한 이은경 작가다. 

만약 초등 공부법 관련 내용이 들어있는 내용으로 엄마들의 불암감을 부추기는 책이라면 아마 읽어보지 않았을 거 같다. 이 책은 자녀 양육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과, 아이를 다정한 눈으로 지켜봐 주고 기다려준다는 엄마의 모습은 내가 꿈꾸는 엄마이기도 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그녀는 초등교사 출신 엄마로 아들 둘을 양육하고 있는데 둘째가 지능이 70이 되지 않아 중중 장애에 속하는 매우 특별한 아이라고 했다. 지능 검사 69점을 받았는데 받고 싶어도 못 받는 기막히게 좋은 점수라고 했다. 왜냐하면 학교생활과 학습이 가능하면서도 장애 등록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군 면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능이 71~84 구간에 당하는 사람은 경계성 지능인이라고 하는데 정규분포상 전체 인구 중 13.59%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각종 지원 대상에서 소외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지금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기사를 최근에 보았다. 


정부는 경계성 지능인 조기 진단을 위한 검사도구를 내후년까지 개발한다고 했으며 적절한 지원을 통해 이들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빨리 발견해서 개개인에게 맞춤형 지원을 해준다면 사회적으로 모든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까.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의 이은경 작가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선생님 경험과 두 아들 이야기를 했었고, 그녀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나 역시도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며 함께 울기도, 웃기도 했었던 거 같다. 

그녀의 출간 책들을 하나둘씩 읽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팬이 되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은 <초등 매일 공부의 힘>,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 <100일 완성 초등 영어 습관의 기적>, 그리고 이번 책까지 총 4권이다. 


이은경 작가는 둘째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전업맘 되었으며,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자 책을 썼고(수많은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또 책 판매를 위해 유튜브를 찍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67권이나 출간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그녀의 아픈 손가락 둘째 이야기가 나온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가 중학교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게 어떤 것일까?


평범한 아이를 키우면서도 엄마로서 참 속상했던 적이 많았는데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도움반 소속의 중학교 생활은 훨씬 다사다난했다는 저자의 말에 같은 엄마로서 참 많은 감정이 들었던 거 같다. 아이 체험활동 때 파파라치가 되어 아이의 뒤를 밟았다는 내용과 함께 아이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아이들을 볼 때의 느낌을 보면서 자식 문제에 있어서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다 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가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모든 엄마는 다 같다는 그런 동질감을 느끼고 싶었다. 

내 아이에 대한 나의 이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감정은 엄마라면 어쩔 수 없는 거라는. 뭐 그런 거다. 

 나를 향한 지적이었다면 3 정도에 그쳤을 감정이 내 아이의 문제가 되면 300이 되어버리는 거.           


“그땐 몰랐다. 학교에 가든 박물관에 가든 아이가 알아서 나갔다가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둘째를 키우며 너덜너덜해진 그녀는 첫째가 숨만 쉬어도 고맙다고 했다. 

학교에서 안 좋은 일로 전화가 오지 않았고, 학원에서 한 번도 쫓겨나지 않았으며, 주말이면 친구와 늦도록 농구를 하고 왔다고, 수학여행을 잘 다녀왔다고, 수행평가를 제날짜에 제출했다고, 매일 아침 학교에 간다는 이유로 칭찬과 신뢰를 받는 첫째였다.    

  

“어떤 아이는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계좌를 가지고 태어나고, 또 어떤 아이는 눈으로 홅기만 해도 외워지는 공부머리를 물려받았을지 몰라도, 이 아이는 뭘 해도 고맙고 기특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지적하지 않는 엄마를 가진 것이다. 얘가 물고 태어난 게 금수저다.”     


그녀의 첫째는 곧잘 공부를 잘하며 엄마의 기대에 충족하는 아이였다. 우연히 학원에서 본 레벨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자 그녀는 눈이 돌았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지금 초등 4학년인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만 운동을 잘해도 이미 내 눈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또 100점 시험지 몇 번 들고 온 날이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 학교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선했으니 말이다.     

 

“눈이 돌아야 엄마다. 돌아도 괜찮다. 돌아야 한다. 눈이 도는 자신을 경험하며 내가 얼마나 욕심 많은 엄마인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리 욕심 많아도 결국 아이가 하지 않으면 눈이 세 바퀴가 돌아도 의미 없다는 사실을 배우는 경험도 필요하다.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와 각도로 돌았던 눈은 번뇌와 자책과 후회와 다짐을 반복하다가 끝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아이의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 아이도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맛없는 요리를 만들어줘도 묵묵히 먹고,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 행복을 느끼며 자라나는 내 아이들.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참 고마운 아이들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고, 


내가 아무리 내 아이에게 잘한다고 한들 

나보다 더 자녀에게 잘하는 엄마들은 엄청 많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처럼 다정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 것이고 

아이가 나를 필요한 순간에는 짠 하고 두발 벗고 나타나는 엄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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