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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없는 문화

by 오늘사
1233.JPG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종종 '장애'라는 단어를 개인의 한계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만든 벽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물리적 장애보다 더 견고하고 위협적인 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벽'—즉, 사회의 무관심과 차별이다.


이는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장벽이자 사회에서 온전히 살아가기 위한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벽을 허물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손잡고 나서는 활동 바로 베리어프리 운동이 현재 사회복지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베리어프리(Barrier-Free)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아동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동과 소통, 참여에 장벽이 없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진정한 베리어프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개조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사람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연대가 있어야 한다.


물리적 시설의 변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변화를 주도하고 유지하는 주체는 결국 우리 사회의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베리어프리 운동은 단지 시설 개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사회적 인식의 혁신과 공존의 실천이기도 하다.


우리 기관은 서울시 일대의 문화유산 및 공공문화시설을 대상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실제로 겪고 있는 불편을 체험하고 이를 평가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진행하려고 한다. 서울의 궁궐, 한옥체험장, 문화예술회관, 공원 등은 모두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들에게는 여전히 단차, 불편한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부족 등 물리적 장벽과 정보 부족이라는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한다.


이런 문제들은 그 자체로 큰 제약이 된다. 예를 들어, 한옥체험장에서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거나 궁궐 관람을 위해선 특별한 지원이 없다면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편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 목표다.


우리는 서울시 5개 자치구 이상에서 총 5회 이상 현장조사를 진행하며 최소 15건 이상의 불편사항을 발굴하고 분석할 계획이다. 장애인과 보호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여 장소별 이동 경로를 추천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한 맞춤형 베리어프리 지도를 제작할 것이다. 이 지도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활동지원사 등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그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또한,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한 프로젝트 봉사자는 “이전까지 장애인 분들은 항상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여겨졌는데 이제는 그들이 함께 사회를 바꾸는 동료로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이는 베리어프리 운동의 핵심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없애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목표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활동 결과물은 단순히 문서나 보고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진 베리어프리 지도와 추천 나들이 코스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등 주요 기관에 게시되어 실제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배포된다. 이를 통해 수많은 장애인 이용자, 보호자, 활동지원사가 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자료는 분기마다 업데이트되어 최신의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활동은 단순히 물리적 환경의 개선을 넘어 장애인의 문화 향유 권리를 보장하는 의미 깊은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장애인을 어떻게 도울까?”라는 기존의 질문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는 단순한 나눔이나 배려의 차원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이야말로 진정한 베리어프리 사회로 향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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