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누군가와 이별하는 슬픔을 겼었나요?
앤은 그 상실을 경험했습니다.
앤에게 언제나 버팀목이었던 매슈 아저씨
매슈아저씨는 말없는 사람이고 무뚝뚝해 보였지만 어제나 앤의 수다를 들어주고 웃어주었으며
앤이 힘들어할 때마다 기댈 수 있었고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준 사람이었습니다.
앤에게는 언제나 사랑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앤이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퍼프소매 옷을 선물해 주고
앤을 입양할 수 있게 마릴라를 설득하기도 했죠.
그런 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앤은 너무 놀라 상황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앤에게 매슈아저씨의 존재는 큰 산이었는데 그 산이 무너졌으니 앤이 마음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이건 우리의 슬픔이에요. 아주머니와 저의 슬픔이요. 아, 마릴라 아주머니, 아저씨 없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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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매슈가 없이도 예전과 다름없이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슬퍼졌다. 여전히 전나무 숲 뒤로 해가 해가 떠 올랐고 정원에는 연분홍 꽃봉오리가 맺혔다. 앤은 이런 풍광을 보면 여느 때처럼 기뻤고 다이애너가 찾아와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 즐겁게 떠들 수 있었다.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가책과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세상 사랑과 우정은 변함없이 앤의 상상력을 채워주고 감동을 불러일으켰으며 삶은 여전히 온갖 목소리로 앤을 고집스레 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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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셨는데도 기쁨을 느끼다니, 꼭 아저씨를 배신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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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저씨가 무척 보고 싶어요. 계속 그랬어요. 그래도 세상과 인생은 참 아름답고 즐거워요. 오늘도 다이애나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웃어버렸어요. 아저씨가 돌아가셨을 땐 다신 웃지 못할 줄 알았거든요. 어쩐지 웃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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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는 여기 있을 때 네 웃음소리를 좋아했잖니. 아저씨는 네가 주변의 즐거운 일 속에서 기쁨을 찾길 바라셨어. 아저씨는 지금 여기 안 계시지만 네가 예전처럼 지내길 원하실 거야. 자연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치유의 힘을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봐.
<초록지붕집의 앤> 37. 죽음이라는 이름의 추수꾼 중에서
얼마 전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고 언제 돌아가셔도 딱히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상실은 엄청났습니다.
정작 돌아가시고 난 직후 장례를 치르는 동안은 뭐가 뭔지 몰랐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후부터 그 상실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길을 가다가, 엄마가 좋아하셨던 음식을 보다가
전화벨이 울릴 때 문득문득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퇴근길 지하 주차장에서 그리운 엄마 생각에 목놓아 울었습니다.
엄마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세상은 아무런 변화 없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나의 상실감이 문득 어느 날 어느 때 불현듯 느껴졌습니다.
잊히는 엄마의 존재가 서러웠습니다.
앤이 말한 것처럼 웃고 떠들다가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뭐가 좋아서 떠들고 웃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죄인이 된 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엄마는 잊는다는 게 슬펐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조카들에게 하나씩 장례식 기간 동안 애써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곤 부탁했습니다.
우리 엄마 잊지 말라고 너희들의 할머니 좋은 기억 꼭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내 삶의 뿌리가 엄마였듯이 나의 조카들과 나의 아이들이 그 나의 엄마를 그들의 알머니를 기억해줬으면 했습니다.
앤도 잊혀가는 매슈 아저씨가 기억이 아무런 일도 없이 지내는 일상이 낯설고 무섭고 슬펐을 겁니다.
그러나 나만의 위안일지 모르지만 엄마는 열심히 사는 모습, 웃고 재미이게 사는 모습을, 형제들끼리 재밌게 사는 모습을 좋아하셨으니 저 세상에서도 우리가 잘 사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슬픔에 젖어있는 앤에게 앨런 부인은 말합니다.
웃음 기쁨 속에 지내길 원하셨던 매슈 아저씬 지금 여기 계시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지내고 자연의 힘을 거부하지 말라고 합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전 엄마가 제 마음안에 살아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엄마가 좋아하셨던 음식을 먹을 때, 좋아하셨던 꽃을 볼 때, 집안에 일이 있을 때 엄마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잘 있다고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는 것
엄마가 자식을 잘 가르쳤다는 말을 듣도록 사는 것이 저의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살면서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는 아픔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이별이 후회되지 않도록 사랑을 표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추억을 간직하며 오래 기억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엄마는 엄마만 생각하시라고 그렇게 얘기했지만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애쓰는 제가 마음 아프시다는 엄마
더 사랑한다고 할 걸.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한 번 말을 해보세요.
시간이 흐르면 아픔은 희석될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가끔은 생각이 나서 아프기도 할 겁니다.
엄마가 제게 준 사랑을 또 저는 나누어주겠지요.
엄마의 삶이 의미 없어지지 않도록 살아야겠지요.
상실의 아픔이 있지만 그 상실을 느낄만큼 나에게 큰것을 주었으니 그것을 표현해줘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