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을은 예쁘다. 날씨가 좋으면 더더욱 예쁘다.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 곳이 바로 워싱턴스퀘어파크다.
원래 '워싱턴스퀘어파크를 꼭 가야지'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브런치를 먹고 그리니치 빌리지로 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된 곳이 바로 워싱턴스퀘어파크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공원들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어도 이렇게 평화로운 순간을 선물하는 것일까. 워싱턴스퀘어파크도 마찬가지였다.
파란 하늘 아래 빽빽이 손을 들고 서있는 나무들이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그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한가로운 오후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한 사람들 사이에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뉴욕의 공기를 느껴본다. 자리를 잡기 전에 사 온 스펀지밥 '하드'도 한 번 뜯어본다. 하드 봉투에 나와있는 그림과는 절묘하게 달랐지만 그래도 나름 초롱초롱한 눈빛을 뽐내고 있었다. 이 녀석 왠지 이 공원과 꽤 어울리는 느낌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나와 친구도 분수로 향했다.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분수대에 걸쳐 앉아 뿜어져 나오는 분수물에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미 분수대 안으로 들어가서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분수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 때문인지 사진을 찍는 내 모습 뒤쪽으로 작은 무지개가 생겼다. 와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무지개를 만났다. 살면서 무지개를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여행에서는 두 곳에서나 보다니…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다.
월스트리트를 갔다가 미스테리어스북샵을 가는 중에 만난 911 테러메모리얼파크.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희생자 분들을 추모하는 곳이다. 2001년 9월에 일어났던 테러에서 희생된 2,977명의 희생자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로 희생된 6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곳으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현장에 지어졌다.
911 테러메모리얼파크에는 두 개의 풀이 있다. 그리고 각 풀에는 거대한 폭포가 설치되어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둘러싸여 있는데, 희생자들의 이름은 서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가까운 곳에 배치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생각을 하다니.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배려가 느껴지면서 얼마나 조심스럽게 설계가 되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시차마저 반일이나 차이가 나는 먼 곳에서 뉴스로만 들었던 대단히 큰 사건. 멀리서 안타깝게 느끼며 바라보았던 그곳에서 얼굴도 모르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바라보며 서있자니 뭔지 모르게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희생자들의 모습 등 직접적인 내용들을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각이 들게 만들다니. 나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새삼 건축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시간이 충분치 않아 박물관까지 가보지는 못하였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어 다시 뉴욕에 간다면 꼭 박물관도 둘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