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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ul 01. 2024

인생의 마지막 결정, <백조의 노래>(2023)

영화 속 과학 이야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복제와 가족의 삶을 주고 싶어하는 한 남자의 개인적인 고통과 존재론적 갈등을 잘 승화시켜 만든 영화이다.  <백조의 노래(Swan Song)>은 Apple TV+를 통해 2023년에 공개되었다.


'백조의 노래'는 주로 예술가가 던지는 마지막 작품이나 최후의 야심작을 의미한다. 백조는 평소에 울지 않지만, 죽기 직전에 단 한번 울며 노래한다는 속설에서 제목이 유래되었다. 주인공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기를 복제하고 자신은 사라진다는 것을 백조의 노래라고 은유하는 것이다. 슈베르트가 죽기 전에 작곡한 마지막 가곡집을 백조의 노래(Schwanengesang)라고 하고 이 곡 중 4번째 세레나데가 유명하다.


백조의 노래, 공식 예고편 중에서, 제공: Apple TV+


감독을 맡은 아일랜드의 작가이기도 한 벤자민 클리어리(Benjamin Cleary)는 <말더듬이 Stutterer>로 2016년 아카데미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주연을 맡은 마허샬라 알리(Mahershala Ali, 1974~)는 <문라이트>(2016)와 <그린북>(2018)으로 두 번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연기파 흑인 배우다. <문라이트>에서는 15분 정도 나오고도 오스카를 손에 쥘 정도였다. 20대 중반에 이슬람교로 개종하여 성을 길모어에서 알리로 바꿨다.



캐머런 터너(마허샬라 알리 분)는 통근열차에서 앞자리에 앉은 여성에 호감을 갖고 몰래 스케치를 한다. 테이블에 놓인 초콜릿을 맛있게 먹었던 그는 나중에 자기가 산 초콜릿은 주머니 속에 그대로 있고 자기가 그 여자의 초콜릿을 대놓고 먹은 자신의 무례함에 쓴웃음을 짓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의 변주는 매우 많은 영화, 소설에서 등장한다. 어언 매큐언의 소설 <솔라>에 유래가 나온다.)


이런 인연으로 페페(나오미 해리스 분)와 결혼에 성공하여 아들까지 둔 터너에게 어느 날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다. 갑자기 발작을 하며 의식을 잃는 것이다. 가족들 모르게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다. 닥터 조(글렌 클로즈)는 뇌종양이며 불치병이라고 이야기하고 남은 사람들이 충격없이 가정생활을 유지하려면 유일한 대안으로 죽기 전에 본인을 복제하는에 대체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미 이 계획을 실행한 사람도 있다며 그를 산골 호숫가에 있는 실험실로 초대한다.


백조의 노래, 공식 예고편 중에서, 제공: Apple TV+


선험자와의 대화를 해보고 이미 세상에 나간 대체된 개체가 감쪽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찾아가 본다. 이때 설상가상으로 둘째를 임신했다는 페페의 소식에 터너는 다가올 미래를 더 걱정하게 된다. 나없이 가족들은 잘 살 수 있을까, 아빠을 보지도 못한 둘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점점 증상은 심해지고 이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는 터너는 점점 닥터 조의 계획에 빠져들게 되고 이미 복제하여 대체가 준비된 자기를 만나 보게 된다.


백조의 노래, 공식 예고편 중에서, 제공: Apple TV+


남겨지는 건 힘들지요


유전자의 결점을 완전히 제거하여 질병 없는 개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수정체 단계에서 문제가 되는 DNA를 수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모든 기억과 더블어 잠재의식 수준까지의 완전한 복제를 진행시킨다. 복제양 둘리 이상의 체세포 복제에 추가하여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 생각을 그대로 복제해 넣는다.


이렇게 완전한 교체를 하여 가족들 누구도 복제된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복제된 개체도 자기가 복제된 걸 모른다. 아무도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고 원본 터너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가정은 아무 일 없듯이 유지된다. 터너는 이 매력적인 조건에 자기를 희생하며 본인은 실험실에 혼자 남아 죽을 날을 기다린다.


백조의 노래, 공식 예고편 중에서, 제공: Apple TV+


가족들은 전혀 눈치를 못체나, 신기하게 피그(개)는 집주인 터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다. 한 명의 배우가 두 명을 연기했기 때문에 흰옷과 검은 옷 등으로 구분한다. 워낙 똑같으니 복제된 원본도 자기가 원본인지 아닌지 헷갈려한다. 대체된 복제체가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원본인 나는 가족들과 괴리되고 이제는 더이상 가족 구성원이 아니게 된다. 가족을 위해 아빠가 희생하는 결정을 죽을 때 한번 우는 백조의 노래로 은유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라 자율주행차, 전자메모, 미래통신기기 등 소소한 미래 기계장치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막대한 예산, 신나는 액션이나 에로틱한 장면은 없지만 중간중간 잔잔한 영상을 통해 결국 가족을 위해 결정하는 터너의 내적 갈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


백조의 노래, 공식 예고편 중에서, 제공: Apple TV+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내 몸과 생각을 ctr-c & ctr-v 한다면 그건 나인가? 가족은 나에게 무엇이고 가족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만일 가족의 전 구성원을 이런 방식으로 바꾼다면 그것은 진정한 가족일까? 이런 식으로 영생을 이어간다면 결국 진시황제의 꿈은 이루어지는 것인가? 아직 불확실하고 어려운 기술과학적인 면을 떠나 진진하게 생각해 볼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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