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필수 관문 User Journey Map
이제 여러분은 사용자 여정지도(User journey Map) 또는 고객 여정지도(Customer Journey Map)로 불리는 단계까지 넘어왔습니다.
고객 여정지도는 서비스에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고객의 동선을 예측하고 각 단계마다 우리가 대응해야 할 과제들을 이해하는 방법론입니다. 이 말은 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변수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려낼 능력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예전에 모빌리티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있을 때 부하직원에게 농담처럼 물었던 말이 있습니다.
'누구야 너 면허는 있어?', '아뇨 없습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듯이 대답하는 그 친구에게 조금 당황하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키는 작아도 마음만은 너그러운 남자! 최대한 꼰대스럽지 않게 이 친구에게 조언이라는 이름의 잔소리를 했죠.
'누구야 한 서비스의 기획을 한다는 건 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고객의 감정마저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면서 정작 운전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깊이 깨달을 기회가 없다는 건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어, 그러니 이 일을 계속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면허 정도는 준비해 둬라.'
다행스럽게도 제 조언이 아주 꼰대 같지는 않았던지 이 친구는 지금은 면허도 따고 운전도 잘하고 다닙니다. 얼마 전에는 자기 여자 친구와 캠핑 간다며 사진까지 보내주더군요.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말이죠...
고객 여정지도를 그려낸다는 건 이렇게 설계자가 깊이 들어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비밀스러운 구석들이 너무나 많기에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전 UX포트폴리오에서 이걸 빼는 것도 고려해 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실제로 프로젝트 내에 고객 여정지도를 넣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애당초 신입에게는 노력하라고 권하기조차 너무 어려운 영역이 아닐까 싶은 내용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고 업계의 UX에 대한 기준도 시장이 성숙해지는 만큼 올라가버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랬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제 즐기는 자 모드로 고객 여정지도가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필수 항목이라도 짚어 보도록 합시다.
고객 여정지도는 크게 3가지 필수 요소로 구성됩니다.
1. 고객 여정을 구분할 수 있는 단계
2. 단계별로 고객이 행동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핵심 행위
3. 단계에 따른 고객의 감정의 파고(波高 / height of wave)
이제 이걸 염두에 두고, 우리 서비스에 대한 나름의 단계를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해가 쉽도록 흔히 이용하는 쇼핑몰을 예로 들어볼까요?
먼저 고객의 핵심 시나리오를 정해봅시다.
1. 쇼핑몰을 막연히 둘러보다가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2. 미리 필요한 물건의 카테고리(청바지 사야지)만 염두에 두고 들어와서 상품을 찾아나가는 사람이 있을 거고,
3. 아니면 정확한 상품을 정해두고 목적 구매(리◯이스 XX모델 사야지)를 위해 들어오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이 모든 시나리오를 정의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마치 모든 고객을 공략할 수 없어 하나의 퍼소나를 만드는 것처럼요. 이 중에서 우리 프로젝트에서 문제로 정의한 것에 대해서 가장 핏(Fit)한 핵심 시나리오 하나만 꼽아주세요. 전 여기서 2. 카테고리만 염두에 두고 물건을 사는 사람으로 해볼게요.
모바일에서는 잘 안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계를 이렇게 구분해봤어요. 보통 단계의 구분은 사용자의 행동이 크게 바뀌는 것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어떤 청바지를 사고 싶은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청바지가 필요한 사람은 청바지 카테고리에 들어와서 상품을 찾으려 시도하겠죠? 그게 처음 단계예요. 그리고 그 뒤에 '비교 분석'은 카테고리에 뿌려지는 여러 상품들 중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걸 찾으려고 비교하는 단계
'인지, 흥미'는 비교하던 상품들 중에서 더 흥미가 생기는 제품들을 사용자가 찾은 거예요, 그래서 본격적인 비교를 위해서 추가 필터 조건을 걸거나 하는 식의 검색을 고도화하는 단계입니다. 그 뒤로 '상세 정보 탐색'은 진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아내고 그걸 살까 말까 고민하며 재질은 어떤지 후기는 어떤지 상세정보 화면에 들어와서 정보를 디테일하게 소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구매 검토'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장바구니에 담고 더 싼 상품이 없나 찾으며 결제를 누를까 말까 고민할 겁니다. 그러고 나서 최종적으로 '구매 전환' 결제에 이르는 시나리오로 흘러갑니다.
이렇게 풀어놓고 쓰고 나면 큰 무리 없이 사용자의 행동이 머릿속에 그려지죠? 고객 여정지도는 이렇게만 해도 절반은 다 왔어요.
위 여정지도는 급조하느라 볼륨이 약간 부족할 뿐이지 제일 위에 제시한 샘플과 제공하는 정보 항목은 거의 동일한 상태예요. 이것만 가지고는 사실 고객이 어떻게 움직이는구나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다음을 상상하게 하는 디테일이 부족한 게 다소 아쉬워요.
그래서 최근에 고객 여정지도를 그리는 많은 현업 종사자들은 여기에 칸을 몇 개 추가하여 내용을 더 담아보곤 합니다. 그건 바로 '개선 과제'와 '해결 방안', 구분/행동/감정 밑에다가 줄을 추가하고 요 두 항목을 단계별로 내용을 보강해 봅니다.
바로 요렇게요.
우리는 이제 고객 여정지도를 통해 사용자가 이용하는 순간마다 어떤 감정을 느낄지 그 단계에서 뭘 불편해할지 우리가 어떻게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까지 머리에 떠오르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개선 과제와 해결 방안에 담긴 내용들이 앞에서 여러분이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으로 도출했던 인사이트와 연결된다면?!? 개연성까지 완벽!
사실 현업에서는 각 단계를 넘어가는 것을 어떻게 측정할지를 뜻하는 데이터 트리거나 더 많은 디테일을 챙기기는 하지만 여러분의 포폴은 딱 여기까지만 하세요. 사실 이 이상은 단순한 UX 디자인이 아니라 개발과 다른 영역들까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전문 설계자가 아니라면 어려운 영역으로 점점 들어가게 됩니다.
어설프게 아는 척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할 수 있는 영역을 솔직하게 하는 편이 더 진솔하고 담백한 포폴이 될 테니, 그러니 과욕은 삼가도록 합시다. 왜냐면 괜히 아는 척해봐야 저같이 못된 면접관 만나면 여러분의 허세가 어디까지인지 어떤 허풍쟁이 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캐물을 수도 있거든요.
다음 글은 본격적인 설계인 IA(Information Architecture)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