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차별이라니!
저녁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오일장에서 로메인 상추 모종을 사 와 심었는데 제법 자랐다.
모종을 보던 남편이 샌드위치를 제안했다.
내 손바닥보다 작은 상추잎인데.. 도대체 얼마나 컸다는 걸까.
모종을 사서 테라스에 심자고 제안한 것도 남편이었다.
뭐랄까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남편이 점점 둘이 같이 뭔가를 하려고 한다.
꽃나무처럼 관상용을 좋아하는 나와 실용적인 야채를 좋아하는 남편.
다르지만 뭐든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있다.
상추 모종을 두 개의 화분에 나눠 심었다.
화분의 사이즈도 다르고 상추 모종의 상태도 달라 물 주기를 조절해서 주었다.
그런데 대뜸 남편이 버럭 한다.
"왜 상추를 차별하는 거야!"
참내...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묻지 마! 차별이라니! 필요에 따라 다르게 주는 게 왜 차별이야!
묻지 마! 내가 아이와 차별한다고?
남편과의 어이없는 '차별' 논쟁 후 어찌어찌 상추를 수확했다.
딱 샌드위치에 넣어 먹을 양이다.
상추는 내 손바닥을 넘지 못했다.
화분에서 키워서 더 자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심은 지 딱 일주일이 지났으니 기다려 보면 알 수 있겠지.
모종은 3개의 천 원이었다.
딱 삼천 원어치 사다 심었는데 소소한 재미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상추를 보는 것도 일상이 되었고, 물 주기를 체크하는 일도 나쁘지 않았다.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모처럼 작은 아이와 남편이 함께했다.
아직 집으로 오지 않은 큰아이는 좀 더 늦을 것 같다고 한다.
작은 아이와 남편이 원하는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남편은 내가 만들어 주는 대로 먹었지만 작은 아이는 요구가 많다
이것도 빼고 저것도 빼고..
직접 수확한 로메인 상추가 들어가서 그런지 기분 좋은 샌드위치였다.
내 손과 정성이 들어가는 건 이런 건가보다.
별거 아닌 상추인데도 '나의 것'이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텃밭을 하나보다.
큰 수확이 아니어도 가족이 함께 심고 가꾸는 시간이 식탁의 공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
특별할 거 없는 샌드위치였지만 만족이 큰 식사였다.
큰 아이를 위해 샌드위치를 하나 만들었다.
만들다 보니 계란을 넣으려고 풀어놓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부랴부랴 계란을 부치고, 재료들을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포장해 두었다.
큰 아이가 오면 먹을 수 있도록...
남편이 샌드위치를 쳐다보고 있다.
"왜?" 눈짓으로 물었다.
대뜸 하는 소리.
"왜 나랑 아이랑 차별해?"
하하 웃음밖에 안 나왔다. 재료 하나 더 추가했다고 차별이라니.
묻지 마! 샌드위치 남이 먹냐! 우리 아이가 먹는 건데 그게 차별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