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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6. 2022

5.2 수업 경험 나눔

 내가 근무했던 재외한국학교에는 수업을 잘 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다. 어느 날, 과학 선생님의 초청으로 과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과 궁금한 부분을 질문과 토론을 통해 찾도록 하셨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중에 집중하였으며,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모르는 부분은 질문을 하였다. 나도 이와 같은 수업을 하고 싶었다. 선생님의 수업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으며, 나의 수업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며, 나의 수업에 대한 고민을 속시원하게 말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 경험을 서로 나누면 수업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나의 수업에 대한 고민도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우리학교에 근무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나눔’이다. 많은 선생님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와 경험을 흔쾌히 나누어 주신다. 예를 들어 월세집을 잘 구하는 방법, 이사할 때 유의사항, 물건을 살 때 사기당하지 않는 방법, 과일을 고르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 주신다. 그리고 주말에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면,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여행 경험을 나누어 주시고, 심지어 여행지를 함께 동행해 주시기도 하신다. 또한 선생님들께서 방문해 본 맛집, 카페, 사진 촬영 장소, 유명 여행지 등의 장소 링크와 정보들을 흔쾌히 공유해 주신다. 나에게는 이 정보들과 경험이 현지 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학교에 근무하면서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자신이 어렵게 수집한 정보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은 경험을 흔쾌히 나누어 주는 선생님들이신데 수업에 대한 경험을 나누어 주는 선생님들은 많지 않았다. 왜 그럴까? 수업 경험을 나누는 것이 두려우신 걸까? 아니면 너무 소중한 경험이라서 아무한테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건가? 반대로 하찮은 경험이라서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것이 부끄러우신 걸까? 2019년에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의 수업을 선생님들께 보여준다는 것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이런 피드백을 받을 것만 같았다.

  “선생님의 수업방법은 틀렸어.”

  “이 수업방법은 예전부터 하고 있던 거였어.”

  “선생님은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지 않아.”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수업이야.”

  

  선생님들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만 같았다. 이런 평가를 받으면 엄청 부끄럽고 자존심이 상할 것만 같았다. 나의 수업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두려웠다. 나는 ‘평가’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웠고, 두렵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나의 수업을 편안하게 선생님들께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떤 고정관념을 바꾸어야 할까? 수업을 공개하는 것은 ‘나의 수업을 평가 받는다.’라는 고정관념을 ‘나의 수업 경험을 나눈다’라고 바꾸어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수업을 본 누군가는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야. 만약 내 수업이 별로면 그 사람의 취향에 맞지 않는 거겠지. 그리고 나의 수업이 그 사람에게 자신감을 줄 거야. 나의 수업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누군가가 나에게 피드백을 주겠지. 그 피드백이 나의 맘에 들면 내 것으로 만들고 아니면 흘려듣지 뭐. 경험을 나누는 것은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잖아. 경험은 나눌수록 나에게든 타인에게든 어떻게든 도움을 주게 될 거니까.’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까 나의 수업을 선생님들과 나누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수업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수업을 평가 받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경험 나눔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의 수업 경험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선생님들과 둥글게 앉아서 현재 수업 고민, 성공한 수업 자랑하기, 실패했던 수업 되돌아 보기, 학급 경영 방법, 교육 철학, 학생 지도 방법 등을 공유하고 싶다. 더 나아가 나의 수업에 선생님들이 들어와 학생으로서 수업을 듣고 난 후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또한 나도 선생님들의 수업에 학생으로 참여를 해 보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수업 경험을 나누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있다. 만약 평가와 비난이 없는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수업에 대한 경험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업에 대한 고민이 더욱 즐거워지고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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