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부장의 고집

中年 中心

by 허니

류 부장은 회사에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늦게 결혼하여 중 2짜리 딸아이와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사내아이가 있습니다. 그의 부인 역시 직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회사에도 종종 데려오고 야유회 같은 행사가 있을 때 자녀들과 같이 하는 류 부장의 모습을 보면서 회사 직원들이 참 좋은 가정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


류 부장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고 합니다. 류 부장이 딸아이와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한참 동안 자전거를 타고는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입구를 들어오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말을 합니다.

“아빠. 나는 아빠를 존경합니다!”

“오! 근사한 말인데.." 류 부장은 궁금했답니다.

“뭐가 그렇게 존경스러워?” 짐짓 어깨에 힘이 들어간 류 부장의 질문에

“우리 아빠는 공부하라는 얘기를 안 하잖아. 그래서 좋아”

“저기 3층, 7층 10층 불 켜진 데가 다 친구네 집인데 모두 공부하고 있을 걸”

류 부장은 자신의 뒤꽁무니에 매달려 있는 딸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잠시 난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류 부장은 아이들에게 지금까지도 공부하라는 얘기를 별로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존경’ 받는 아빠가 되어야 했으니까요.


그러던 류 부장이 지난여름에 전해온 이야기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공원에 산책하다가 아들에게 물었답니다. 꼭 3년 전 딸아이에게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아들, 너는 아빠의 어떤 면이 좋니?라고 물어보면서 예전 딸아이의 말이 생각났더랍니다. 그러자 류 부장 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저하고 잘 놀아줘서 좋아요” “우리하고 잘 지내서 좋아요” 딸아이도 옆에서 거들었답니다.


류 부장은 옛 일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였던 류 부장의 30대 후반, 회사에서 무척 바빴습니다. 이 땅의 샐러리맨 중의 한 명이었던 류 부장의 회사는 성장기에 진입하는 중이었고 일반적인 현상처럼 사람들이 들고나가는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실적이 좋았고 나름 평판도 좋아 다른 부서에서도 손짓을 할 만큼 모든 면에서 잘 나가던 류 부장은 어느 날 회사가 바쁘니 “일요일에 나오라”는 담당 임원의 지시를 받고는 거부의 뜻으로 ‘사직서’를 썼다고 합니다. 항의의 표시였으며, 여기서 밀리면 안 되겠다는 일종의 ‘기싸움’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유인 즉, ‘휴일은 아이들과 함께’라는 나름의 패턴을 지키고 싶었고 ‘가족이 먼저’라는 자신의 생활 철학을 깨지 않으려는 류 부장의 고집이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단호한 류 부장의 행동에 모두들 놀라기는 했지만 ‘사직서’ 사건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아무튼 그때부터 회사에서는 ‘별종’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나 과장 시절의 ‘반란 사건’은 지금도 가끔씩 회자되고 있답니다.


류 부장은 자신의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대한 얘기를 별로 하지 않습니다. 동료끼리 술 한잔 하면 유년시절 얘기는 단골 메뉴인 게 대부분인데 류 부장은 그런 얘기만 나오면 슬쩍 자리를 피하거나 딴청을 부립니다. 모두들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습니다.


모르긴 해도 류 부장은 피하고 싶은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중년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유연하게 자신의 옛 일을 반추(反芻)하는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류 부장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도 류 부장의 고집은 알아줘야 합니다.


류 부장은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신뢰를 받으며 자신을 잘 컨트롤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으며, 건강을 위해서도 나름의 관리 스케줄을 만들어서 실천하는 중입니다. 나름 자신의 고집을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계절이 가면 또 다른 계절이 매달려 오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라고 합니다. 류 부장과 류 부장 가정에 이 가을이 잘 지나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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