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 말들이 정리되어 입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은
얼마큼 정리된 말일까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인지 능력 저하'
라는 여섯 글자로 간단하게 표현될 말을
'정리가 안돼서 그래'라는 말로
얼른 정리해 버린다.
의사 선생님은 늘 그렇듯이 한참을 사진을 보면서
전보다 좋아진 부분도 있고 그대로 인 부분도 있다는 희망 고문적인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예약을 잡는다.
순번을 기다리며 엄마랑 나는 나란히 앉아있다.
어렸을 때 나는 누워서 엄마를 불러서
등을 긁어달라 할 때가 종종 있었고
때가 밀린다는 농담 섞인 말과 함께
엄마는 내 등을 열심히 긁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오늘 병원에서
손을 자유롭게 쓰기 힘든 엄마를 대신해서
등을 긁어드렸다.
그러니까 나는 1년 남짓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