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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Sep 30. 2024

다른 세상

정리되지 않는 이야기

생각한 말들이 정리되어 입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은

얼마큼 정리된 말일까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인지 능력 저하'

라는 여섯 글자로 간단하게 표현될 말을

'정리가 안돼서 그래'라는 말로

얼른 정리해 버린다.


의사 선생님은 그렇듯이 한참을 사진을 보면서

전보다 좋아진 부분도 있고 그대로 부분도 있다는 희망 고문적인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예약을 잡는다.


순번을 기다리며 엄마랑 나는 나란히 앉아있다.


어렸을 때 나는 누워서 엄마를 불러서

등을 긁어달라 할 때가 종종 있었고

때가 밀린다는 농담 섞인 말과 함께

엄마는 내 등을 열심히 긁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오늘 병원에서

손을 자유롭게 쓰기 힘든 엄마를 대신해서

등을 긁어드렸다.


그러니까 나는 1년 남짓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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