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도 않은 내가
암환자의 보호자라는 이유로
2~3주에 한 번씩 병원을 들락날락한다.
연신 구급차가 왔다 갔다 하고
어쩌다 들리는 통곡소리
끊이지 않은 기침소리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건조한 대화들
갈수록 말라가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더 얇아진 팔뚝을 부축하느라 힘든 것이 아니다.
처음엔 몰랐지만 갈수록 병원을 다녀오면
극심한 두통과 그냥 기운이 쪽 빠져버린다.
서로가 무슨 암인지 몇 기 인지는 몰라도
진료실 앞에 쪼르르 앉아서
의사 선생님의 호출을 기다리는 환자들 사이에
더 이상 나는 이방인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연결고리,
엄마와의 질긴 인연이 흔들거리는 찰나,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 마냥.
아픈 건 엄마인데 왜 나까지.
내 생활이 무너지니 야속할 때도 있다.
아직 불효자식은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자꾸만 누워있고 싶다.
한 편으로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언제부터인가 시지프스 마냥
무작정 버텨내는 내가 자랑스럽다.
버틴다는 것, 엄마도 그러하겠지.
일단 그런 나의 멱살을 스스로 잡아당겨
또 하루를 꾸역꾸역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