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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지 Oct 02. 2022

여기, 한국어 교원이 쓰러져 있어요!

오늘의 어휘: 방관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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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정부 부처가 한국어 교육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어 교원의 처우 개선에 관해서는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한국어 교육이 이룬 성과는 욕심 내면서, 그 성과를 만든 한국어 교원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이다.


① 선을 긋고                            ② 담을 쌓고

③ 눈감아 주고                         ④ 팔짱을 끼고



  이전에 썼던 글에서 한국어 강사라는 말을 사용하긴 했으나,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은 ‘한국어 교원’이 맞다. ‘교원’이라면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야 할 텐데, 사실 한국어 교원을 위한 학교는 없다. 그래서 한국어 교원들은 한국어 교육을 위촉받은 ‘강사’가 되고, 근무 시수를 보장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어 교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할 책임 있는 정부 부처는 어디인 것일까.  

  사실 많은 곳에서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 교원을 필요로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 한류 사업,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지원 사업, 그리고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의 사회통합 및 외국인 근로자 지원 사업에도 한국어 교육은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교육부라고 발뺌할 수 없다. 다문화사회가 진전되면서 유학생뿐만 아니라 결혼이민자의 자녀들이 각급 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많은 정부 부처가 한국어 교육에 관여하고 있다니! 반가워라! 하지만 한국어 교원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려 하지 않고 있다. 한국어 교원들의 몸과 마음이 상해 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는 특정인을 지목해야 효과적이라고 한다. 보는 사람이 저렇게 많으니 누군가 도와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정작 아무도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논리를 믿고 지목하고 싶은 곳은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라는 대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당연히 그들이 해결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 한국어 교원이 쓰러져 있어요. 거기, ‘교’ 자로 시작하는 정부 부처님, 더 이상 떠넘기지만 말고 한국어 교원에 대한 책임 부서를 만들고 제대로 된 관리 방안을 만들어 주세요! 급하다고요!


  [문제 풀이] 


  누구나 탐내는 한국어 교육

  2005년 시행된 국어기본법과 그 시행령은 ‘외국인과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인 한국어 교원의 자격 요건과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국어기본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것. 그래서 한국어 교원 자격증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급한다. 

  한국 사회에서 재외동포는 외국에 나가야 만날 수 있다 치더라도, 외국인은 다행히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국제결혼을 한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 취업을 위해 온 외국인 근로자, 그리고 대학 공부를 하러 온 유학생 등 다양하다. 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한국어 교육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결혼이민자들은 보통 지역사회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는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한국어 교육은 특히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이 관할한다.

  그런데 결혼 이민자들은 한국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해야 안정적으로 삶을 누릴 수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는 필수이다. 그래서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통합프로그램은 법무부 관할이다. 

  한국에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곳은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상담이나 통역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시 한국어 교육이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고용노동부가 관여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 유학생을 빠뜨릴 수 없다. 바로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대학교 부설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한국어 교육 과정을 거친다. 대학교 같은 고등교육의 주무 부처는? 당연히 교육부다. 교육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한국어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러야 하는데, 한국어능력시험을 주관하는 곳이 국립국제교육원으로 교육부 산하기관이다. 하나 더. 결혼이민자의 자녀는 한국어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가 이들의 학습능력 함양을 위해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의 인허가를 받은 학교들이다.


  누구나 떠미는 한국어 교원

  이렇게 많은 부처가 한국어 교육이 맺은 결실은 욕심 내면서, 그 토양을 가꾸는 데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어 교원들은 정부 부처 모두에게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한 곳만이라도 제대로 맡아서 제대로 관리해 달라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곳이 교육부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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