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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철 Oct 26. 2022

자원활동가의 3가지 활동 동력

30대 활동가의 대중파워 형성기


너는  그렇게 하는  많니, 평일이고 주말이고 어떻게 쉬는 날이 없어


가족모임 한 번을 잡기가 어려웠던  같다. 나는 직장을 다니며 자원활동을 병행했는데 평일에는  3~4 정도, 주말도 한 달에 2~3 정도  일정이 잡혔다. 평일에는 보통 저녁 7시 30분에 프로그램이나 회의가 시작되는데 저녁 먹을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내 밥보다 중요한 건 잠시 후 찾아올 프로그램 참가자들이었고, 일이 잘 진행되는지 다른 활동가들과 소통하며 체크하는 것이 더 급했다.


         :   ㅇㅇ님, 안녕하세요~ 저녁식사 하셨어요? 여기 김밥이랑   드세요!

참가자 :   안녕하세요~  그래도 배고팠는데 (ㅎㅎ) 인철님은 식사하셨어요?

         :  저도 이제 먹어야죠 (ㅋㅋ) 퇴근하자마자 와서 오늘 프로그램 준비했죠~

참가자 :  직장 다니면서 언제 이렇게  준비하세요. 자원 활동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한  같아요.

         :  그렇죠 (ㅋㅋ) 그래도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서요, ㅇㅇ님도 함께 하실  있습니다!

참가자 :  회사일 좀  바빠지면 한번 생각해볼게요 (ㅋㅋ)


사실 자원활동가들이라고 해서 회사일이 (?) 바쁜  절대 아니었다. 그저 집에 가서 쉬거나 다른 취미생활을 하는 대신 자원활동을 하며 재미와 보람 느끼는 것이  좋았을 뿐이다.


자원활동은 강제성이 없다. 그렇다면 비영리 자원활동가의 꾸준한 활동 동력은 무엇으로부터 나올까?


나의 활동을 돌아보았을 , 그것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요소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성장, 비전, 관계성


대학 졸업 이후 나는 평화재단의 상근 자원활동가가 되어 1년간 청춘콘서트의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재단의 이사장인 법륜스님과의 2번의 만남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번의 만남은 자기성장과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처음 청춘콘서트 서포터스를 하게 되었을 때 이사장이 스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재단의 이사장이 스님일 수 있구나, 신기하다’ 정도의 생각을 했고 법륜스님이라는 존재는 나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던 중 함께 청춘콘서트 운영위원을 하고 있던 친구의 제안으로 ‘즉문즉설’을 들으러 가게 되었다. 나는 법륜스님이 누구인지 잘 몰랐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서 즉문즉설이 열린다기에 따라갔던 자리였다.


무대에 법륜스님이 등장했고 스님은 담백하고 간결한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대뜸 청중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첫 질문의 내용을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조금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런 질문이 나오다니.. 첫 질문에서..


스님, 제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요,  여동생과 남편이 바람이   같습니다. (중략)


질문의 내용이 나에겐 나름 충격적이어서 ‘이제 저 스님 뭐라고 답변하지? 어렵겠는데’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법륜스님은 몇 가지 상황을 확인하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내용이 매우 지혜롭고 합리적이라고 느껴졌다.


몇 번의 질문과 대화가 지나가는 동안에 스님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특히 사람들의 심리를 바라보는 관점이 참 남다르구나 싶었다. 재밌게 듣고 있던 차에 중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청년의 질문이 나왔다.


“스님, 저에게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질문을 들은 스님은 대인기피증이 있는데 이렇게 다수 앞에서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크다며 격려를 해주셨다. 이후 질문을 한 청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 내용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내가  청년이라면 저런 대답을 들었을  마음이 너무 편했을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스님께서 청년에게 마이크 잡은 김에 노래를 불러보라고 시켰다. 잘하려고 하니까 부담이 되는데 그냥 학교종이라도 대충 부르라고 하셨는데  말을 들은 청년이 잠깐 머뭇거리더니 노래를 불렀고 많은 청중들이 박수를 보냈다. 청년은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표정이  후련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감동스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법륜스님은 사람의 마음 작용에 대해 연구하면 괴로움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질  있고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런 공부를 해서 조금  가볍고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말로 즉문즉설을 마무리 지었다. 나는 평소 종교에 대해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공부라면 해볼 만하겠다, 살아가면서 겪게  마음의 어려움에 대해 도움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나는 평화재단 자원활동을 통해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연습을   있었다. 평화재단에는 자원활동가들이 활동을 하며 느끼는 다양한 심리적인 어려움을 과제로 하여 자기성찰, 자신의 마음 작용을 돌아보는 문화와 시스템 있었다.


주로 일을 하며 느끼는 불안감이나 집착, 성과에 대한 욕심 같은 감정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분노나 미움과 같은 감정들을 한 발 떨어져 살펴보는 방식이었는데 이러한 과정은 평소 소감 나누기 문화를 통해 또는 활동가 워크숍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지금 마음이  힘든데  뜻대로 모든 일이 돌아가야 한다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살펴야겠다


팀장한테 어떻게 저런 말을   있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화가 났는데 천천히 생각해보니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내가 배려를 조금  해줘야겠다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마음이 들뜨고 긴장되는구나. 내가 준비한 만큼 차분히 진행하자


활동을 하며 이러한 부분들이 살펴지면 마음도 편해지고 일도 더 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갈등 관계에 놓일 뻔한 상대와도 좀 더 부드러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거나 일을 조율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과정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 자원활동가의 존재도 매우 중요하다. 소감 나누기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주로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새롭게 알 수 있었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자기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나에게 중요한 활동 동력이 되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연습을 통해 내가 달라지는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원활동가의 활동 동력 두 번째 요소인 ‘비전 사업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취지 혹은 목표가   정확한 용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자원활동가가 자신의 활동을 통해 변화시키고 싶은 세상의 모습 가까울 것이다. 때문에 비전은 활동의 동기부여에 아주  영향을 미친다.


법륜스님과의  번째 만남은 활동의 비전을 제시해주었다. 나는 자원활동가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워크숍을 진행하던 장소에 마침 스님이 오실 일이 있어 성사된 자리였다. 덕분에 스님으로부터 인류 문명사와 한반도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있었다. 인류 문명의 변화와 중심축의 이동, 그리고  속에서 한반도 평화가 단지 우리나라만의 비전이 아니라 세계의 비전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충격을 받았다. 인류문명에서 변화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한반도의 평화로 이어질  감탄했고 반도 평화의 비전을 들으며 다시 한번 감탄했다.


한반도 평화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국가적으로 새롭게 도약할  있는 기회였다. 역사적으로는 진정한 독립과 향후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갈 비전이었다. 동시에 우리 청년들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있는 평화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어디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질문시간이 되자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스님, 지금 해주신 이야기는 어디에서 배울  있나요?”


그날 스님이 해준 답변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날 들은 법륜스님의 이야기는 내 자원활동의 비전이 되었고 나는 기꺼이 이에 동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후 이어진 NGO(비영리) 영역에서의 활동을 돌아보아도 비전은  중요한 활동의 동력이었다. 청년문제를 다루는 기관에서 일을  , 정치의 변화를 꿈꾸며 우리미래를 창당했을 , 불합리한 강자에 맞서는 사회적 약자들의 전략을 연구할 때도 취지나 비전에 공감할  나는 활동을 선택하고 있어나갈  있었다.


비전을 이루기 위한 자원활동은 일종의 자아실현이었다. 내가 바라는 비전을 사회적으로 실현하는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거나,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원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직장 생활보다 자원활동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자원활동가의 주요 활동 동력  세 번째 요소는 관계성이다. 서로 믿고 의지할  있고 함께 하면 즐거운 관계라면 활동에  도움이 된다. 반면 어떤 활동가들에게 관계 문제는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관계성은 사업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팀원들  관계가 좋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성과는 유의미한 차이가 난다.


자원활동가 운영조직에서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내 폰에는 1천 명 이상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자원활동을 통해 알게 된 관계들이다. 한두 번 함께하고 더 이어지지 않은 관계도 있고 10년 이상 함께 활동해온 관계도 있다. 사이가 무척 좋은 관계도 있고 약간의 불편함으로 마무리된 관계도 있다.


비전을 공유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함께 일을 하는 관계는 무척 소중하다. 서로의 배움을 나누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갈등을 겪지만 다시 화해하며 단단하게 다져온 관계는 자원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


지금까지 자원활동가의 3가지 활동 동력 ‘자기성장, 비전, 관계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람에 따라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다를  있다. 누군가는 비전이 활동의 가장  동력이고  다른 누군가는 자기성장의 즐거움으로 자원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3가지 모두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3가지 요소는 개인의 삶에 있어 중요한 공부 거리이기도 하다.


나는 자기성장 -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 관계성 - 타인에 대한 공부, 비전 - 세상에 대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자원활동은 젊고 어렸던 나를 성장시켜 종합적인 인생 공부의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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