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인철 Oct 28. 2022

주민참여조례 5_“출산 예정일이 생각보다 빨라지겠네요”

30대 활동가의 대중파워 형성기


그랬다. 주민참여조례 청원 기간은 12월 6일이 종료일이었고 우리 아이는 12 첫 주나 둘째  출생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불변의 진리. 산모와 아이의 상태를 종합해본 결과 ‘제왕절개 권유받게 되었고 그렇게  경우 예정일은 2 빠른 11 26일이었다.


나는 대표청구인으로서 청원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책임이 있었고 아내가 출산을 하게 되면 가족을 돌봐야 하는 아빠의 역할도 가지고 있었다.


‘11월 26일까지 열심히 달리고 이후는 다른 활동가들에게 맡기면 될까?’


그렇게 간단히 될 문제가 아니었다. 주민참여조례가 막바지를 향해가면서 여러 조건이 어려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워진 날씨로 인해 바깥에서 몇 시간을 보내면 몸에 한기가 들었다. 60일 이상 계속된 강행군에 나와 주요 활동가들의 체력도 떨어지고 정신적으로도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대표청구인으로서 함께  사람들을 계속 섭외해서 모으는 , SNS와 카톡을 활용한 청원 확산, 매일매일 수레를 끌고 마을을 누비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기 누군가가 나를 대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모두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도 목표 청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없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가 빠진다면 결과 좋지 않을 확률이 았다. 


나는 이런 고민을 주변 사람들과 논의했다. 그리고 논의 끝에 나온 결론은 


‘11 26,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모든 청원 인원을 달성한다’였다. 


어떻게?


‘휴식을 줄이고 더 집중한다. 필요하면 밤에도 청원을 받는다’


주민참여조례를 위한 청원 활동은 90일을 꾸준히 달려야 하는 일이기에 적절한 휴식과 체력관리가 필수였다. 또한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는 핫팩 없이 견디기 힘든 날이 많아지고 있었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휴식도 필요했고 온라인을 통한 청원 확산과 활동가 섭외  다른 실무도 많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결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간을 더 많이 내고, 덜 쉬고, 더 집중하겠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결의가 필요했다.


활동가들은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고, 출산을 앞두고 있는 우리 가족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주었다. 나로서는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다.


모두의 결의와 함께 우리는 마지막 한 달을 보내게 되었다. 쌓인 시간만큼, 역량도 커져 있었기에 청원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청원 활동에 합류하기 시작했고 그중엔 연차를 내고 찾아와 도와준 사람들도 있었다. 이미 서명에 참여했던 주민들은 주변의 가족과 지인들의 청원을 받아주었고 온라인 콘텐츠를 발송하면 전보다 많은 격려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11 23, 우리는 여유 분을 포함하여  6781명의 청원 인원을 달성하였다. 활동가들과 마을 주민들의 참여,  밖에 함께 해준 모든 분들의 노력으로 90일이 되기도 전에 최종 청원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3일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주민참여조례는 주민의 참여를 촉진한다는 법의 취지와 무관하게 요구사항의 문턱이 너무 높아 청원 인원 달성 사례 자체 매우 드물었다. 애초에 시도할 엄두조차 내기 려워서 내가 사는 이곳 광진구에서도 역사상  한 번도 주민참여조례 청원 인원이 달성된 적이 없었다. 이제 공은 구의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구의회에서 운영위원회를 거치고 의장 발의를 통해 조례안 상정하면 최종 투표가 진행된다.


‘누군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이를 돕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2021 블로그 포스팅_윤재 태어나다.


지난 금요일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제왕 분만으로 오전 9시 46분에 태어났어요.


아이 엄마가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에 조금 무서워하길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분만실로 보내고 나니 저도 조금 긴장이 되더라고요.


사실 그전까지는 크게 긴장도 안 하고 있었는데 막상 분만을 시작하니 불안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들었고요.


무엇보다도 아이 엄마가 안전하기를,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분만의 과정을 혼자 겪어야 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새삼 우리 부모님들부터, 세상에 엄마 아빠들은 다 이런 과정을 겪었구나 싶었습니다.


간호사님이 갓 태어나 우는 아이를 제게 데리고 오셨는데요, 신기하게도 제가 달래주니 울음을 곧 멈췄습니다. 태아 때부터 듣던 목소리를 알아듣는 건가 싶었습니다.


아이 엄마가 무사히 봉합수술을 마쳤고 웃으며 다시 만났습니다.


‘많이 무서웠지?’ 물으니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말 걸어주셔서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고 하네요. 어려운 분만 과정을 용기 있게 겪어낸 모습이 정말 멋지고 대견했습니다.


며칠간 옆에서 간호를 하고 퇴원을 해서 조리원으로 왔는데요, 많은 분들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아이와 엄마 모두 건강합니다. 그래도 배를 째는 수술인지라 지난 일주일 동안 회복하느라 이래저래 아이 엄마가 고생을 하고 있네요.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를 만들면서 동네에서 어린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모습을 늘 지켜보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얼마나 아이를 아끼는지 아이들은 얼마나 부모를 따르고 의지하는지, 참 따뜻하고 애틋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어른이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헌신적인 돌봄으로 자라난 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부모 아니라 친구나 동료, 주변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들 살아갈 수가 있는 거구나, 주변에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 이름은 ‘윤재’라고 지었습니다.


윤택할 윤, 재목 재인데요, 세상에 잘 쓰이는 재목이 되라고 뜻을 붙여보았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아이가 작게 태어났는데도 아주 야무지다고 하셔요. 가만 보면 입매가 제법 야무진 느낌이 납니다.


며칠 있으면 저는 조리원에서 먼저 나가고 아이와 엄마는 일주일 정도 더 머무를 예정이네요~


이제 본격적인 육아 월드, 초보 아빠의 생활이 다가오겠구나 싶습니다(!)


아직 아이 안는 것도 너무 어색하고 쩔쩔매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ㅎㅎ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도움 주시고 함께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희 가족은 모두  지내고 있습니다.


이전 18화 주민참여조례 4_엄마들의 힘, E.M.G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