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대학
우리 마을에 지도자 아들 태양이는 나와 동갑이라고 한다. 나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한 적은 없어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동네 또래들에게 소문이 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빠를 따라 농사를 짓고 소에게 풀을 먹어야 하는데, 그 친구 태양이는 날이 풀리면 나라에서 실시하는 무예 시험과 글공부를 위해 나라에서 만들고 인정하는 화랑이 되기 위해 산속 수련터로 떠난다고 한다.
학교는 동양과 서양에서 그 시작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고대 그리스에도 젊은 청년들을 교육하는 시설이 있었고, 신라 화랑이라든가 고구려 조의선인 등 각 나라마다 교육을 하는 시스템은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학교 시스템은 일본 방식을 모방하고 있고, 일본은 서양의 방식을 들여와 사용했으니 서양이 언제부터 지금의 학교라는 시스템을 사회에 적용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양에서도 꿈이나 직업은 산업혁명 이전, 그러니까 약 200여 년 전에는 딱히 그런 것을 생각하거나 고민할 필요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태어난 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차 영국에서 일어난 방적기의 개량을 시작으로 한 기계 기술 혁명이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 사이에 유럽 여러 나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시기 수공업에 기초한 작업장들이 기계 설비를 갖춘 큰 공장(공장제 기계공업)으로 전환되었으며, 19세기에 유럽을 넘어 북미, 아시아로까지 확산되었습니다. 대규모 기계 설비를 갖춘 큰 공장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필요해지게 되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온 사람들로 채워졌는데, 문제는 기계를 가동할만한 지식 자체가 없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공장방식의 교육 형태인 학교의 탄생입니다.
학교의 시작이 공장에서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수준의 교육까지였기에 방대한 양의 지식을 전달하거나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또한, 기계를 조작 가능한 특정 지식에 초점이 맞추어졌기에 주입 방식의 교육이 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학교는 당시 유럽의 군사학교 등을 통해 그 주입식 교육의 효율성이 입증되기 시작해 세계대전을 통과하며 현재의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물론 각 나라마다 학교 교육의 차이점은 존재하고,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지만, 큰 골격에서는 비슷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의 역사에서 우리가 헤아릴 수 있는 학교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학교는 노동자를 길러내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점을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근본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 여겨집니다. 노동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노동자는 어떤 것인지는 앞으로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학교는 좋은 근로자를 길러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 목적은 지금도 크게 변화가 없다고 보이기 때문에, 공장주들과 자본가들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공부 외에 별도의 공부를 스스로 해 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덤으로 따라오겠지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학교가 처음에 방적기계의 출현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인데, 그사이 지금까지 산업혁명이 몇 번 더 생겼습니다.
농업혁명 이후 방적기의 시작을 일반적으로 1차 산업혁명이라고 합니다. 컨베이어 벨트가 출현한 2차 산업혁명,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 혁명을 3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으로 인한 기술 혁신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합니다.
3차와 4차 산업혁명의 출현으로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양성에 다른 관점이 제시될 필요가 생겨났습니다. 1차 산업혁명 시대인 농업시대에는 꿈이나 직업이랄 것이 그다지 많지도 않았습니다. 농부 외에 될 수 있는 직업은 그 계급이 제한되어 명확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농업시대보다는 조금 직업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노동자가 될 수 있는 직업은 현재에 비하면 매우 제한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91년부터 시작된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 혁명으로 직업의 내용과 형태가 산업시대와 비교해 다양해지고,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해 좋은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방향을 정해 맞춤형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직업세계의 다양한 변화에 맞추어 2016년부터 진로전담 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