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입지 다지기
휴일,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늘 아침 일찍 알람 소리에 루틴으로 일어났지만, 오늘은 그냥 알람 소리 없이 몸이 깨는 대로 일어나고 싶었다. 그랬더니 8시가 넘어 일어났다. 혼났다. 사람이 실천했으면 꾸준히 해야지 게을러서 되겠냐고 와이프가 아침부터 잔소리다. 일주일에 하루는 늦게 일어나고 싶은 날 있잖아. 오늘이 그날이라고.
와이프는 일찍 일어나 시금치를 깨끗이 씻어 놓았다. 시금치국을 끓여 줄 모양이다.
시금치국은 장모님 집된장으로 끓이기 때문에 너무 맛도 좋고 속도 편하다. 장모님 된장이 최고다.
씻고 나오니 육수를 우려내기 위해 냄비에 다시팩을 넣고 끓이고 있었다. 오늘 맛있는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초인종이 울리고 손님이 찾아왔다. 와이프는 손님을 맞이해야 하니 나더러 시금치국을 대신 끓이라 한다. 양파를 썰어 주고는 급히 갔다.
시금치국을 끓여 본 적은 없다. 기껏해야 라볶이, 쫄면, 짜장면같이 면 종류 요리에 익숙한 나에게 국 종류의 요리 경험 이라면 쇠고기 뭇국이 유일한 듯한데 데뜸 시금치국이라니.
이럴 때 필요한 건 뭐다? 블로그 레시피지! 세상이 참 좋아져서 검색만 하면 최고의 레시피들이 인플루언서들 글을 중심으로 쫘악 보여준다. 그중 제일 맛나 보이는 사진들로 채워진 블로그를 검색하여 쭈욱 읽어보니 충분히 할 만했다. 쉽게 잘 적어주신 블로거님께 공감 버튼 하나 눌러드리고 나와서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집된장 2스푼, 시금치, 양파, 대파를 넣고 끓이니 순식간에 요리가 완성이 되었다. 된장 하나로 요리가 끝났다.
맛을 보니 제법 괜찮다. 와이프의 것이랑 비슷하게 흉내를 낸 것 같았다.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고기를 볶고, 기존 반찬을 내놓고 나서 아들이랑 맛나게 먹었다. 새로운 요리에 겁을 먹어서 그렇지 막상 해 보니 못할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물에 2%의 아쉬움이 남는다. 경력과 내공의 차이라고나 할까. 아무리 흉내를 내려해도 고수와 초보 사이의 격차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삶에는 각자의 일과 역할이 있다.
가정에서는 부모면 부모, 자녀면 자녀로서의 역할이 있다. 회사 내에서도 대표, 임원, 부서장, 직원 등 각자의 일과 역할이 부여된다. 부서 내에서도 자신만의 업무라는 것이 존재하여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낼 때 조직이 삐끗거리지 않고 유연하게 잘 돌아간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옆 동료의 휴가, 출장, 휴직 등으로 인해 한 업무가 공석이 될 경우 다른 동료가 그 업무를 대신해 주어야 할 때가 있다. 남은 사람들에게는 분명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조금 지나면 이내 또 다 해낸다.
회사 내에 내려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나 없어도 잘 돌아간다."
어느 직원은 가끔 '자기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고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건 본인 스스로의 자부심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치기 어린 말이겠지만, 사실 그 직원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오히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나에게 중요한 임무나 비중 있는 역할이 주어지고 또 잘 처리해내었다고 해서 너무 으시댈 필요가 없다. 자부심은 스스로 잠시 느끼고 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 그 역할을 포기하는 순간, 어디선가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세상에는 나만 유능한 것이 아니다. 나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나만 달리기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나만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나만 업무를 잘 해내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역할과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나만의 업무능력과 자질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나만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남이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내 자리를 감히 차지할 생각을 못 하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로 인해 수반되는 남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나 막무가내 식의 비판은 필터링을 통해 걸러내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을 때 세상은 그를 비웃었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생산해 낸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기술력과 경제성을 따지며 이의를 제기하고 들었다. 하지만 몇 년 후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다른 경쟁 기업들을 리드하고 있다.
내가 처한 현실에서의 내 역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역할이 주어진 순간, 최선을 다해서 그 역할을 수행해 내 보자. 분명 그 역할을 나에게 부여해 준 사람은 나를 눈여겨볼 것이고 곧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 줄 것이다. 내 입지가 굳혀지게 되는 순간이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쉽게 양보하거나 빼앗기지 말자.
누구에게나 역할이 주어질 수는 있으나 누구나가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지는 못한다. 나만의 총알을 준비하고, 나만의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자. 그래서 때가 왔을 때 임팩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그 분야에서 나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고, 나의 이름은 브랜드화될 수 있을 것이다.
쉬는 날이라고 소파에만 누워있지 말고, 다음날 벌어질 또 다른 삶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만의 무기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 언제든지 임무를 부여받고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자. 준비된 자에게 임무는 부여되고, 준비된 자에게 성공의 여신은 눈짓을 한다.
성공은 언제나 내 주변을 돌며 나에게 기회를 줄 준비를 하고 있다.
당신이 그 성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