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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커피숍 가는 이유

사람이 그리워 간다

by 동남아 사랑꾼 Feb 16. 2025


평생 사람틈에 부닥끼며 살다가 이제 한가롭게 산다. 그것도 친구와 지인들이 없는 부산이다. 서울서 온 지 5 달이다. 2주에 한 번꼴은 서울에 가지만 점점 혼자임을 느낀다.


창문 너머로 아침이면 해돋이를 보고 출근할 때쯤은 해운대 바다 위에 반짝이는 햇살이 있고, 저녁엔 지는 해의 붉으스레 한 저녁놀이 산등성이로 넘어가고, 달은 부산 최고층 빌딩사이로 보인다. 해운대를 끼고 있는 해변도로의 한쪽엔 차꽁무니의 붉은 정지등 행렬과 나를 향해 다가오는 눈부신 백열등의 차앞전등 행렬들이 꽁무니를 잇는다. 어둠 속의 해운대 밤을 수놓고 한켠 빌딩 옆면의 대형 디지털 스크린엔 연예인으로 보이는 아리따운 여성이 뽀얀 피부를 드러내며 행자들을 유혹하다.


이런 해운대의 주일 일상 후 주말이 오면 이러한 모습은 여전한데 이를 바라보는 나는 도시 한가운데 혼자 남겨진 사람을 본다.


난 9시면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지인 안부 전화도 못 받고 자지만 웬 꿈들이 그리 많이 꾸는지 알 수 없다. 서울 집에선 꿈도 많이 안 꾸고 숙면하는데 여긴 많이 자도 개운치 않다. 집사람 왈 불안증이라고 한다. 혼자가 좋다 좋다 하지만 본디 내가 사람 속에, 가족 속에, 특히 자기 주위에 있어야 안정을 찾는 인물이라서 그렇다는 진단까지 내놓는다.


마누라와 떨어져 잔소리 안 듣고 내 맘대로 사는 게 나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건 내가  마누라와 너무 오래 살아(36년) 마누라진이 배여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지금이야 아침저녁으로 전화도 하고 서울이지만 집에 누가 있다는 생각에 세상에 나 홀로 던저진 건만 아니라는 정서적 보험이라도 있지만, 그가 떠나고 나 홀로 남아 있을 땐 어찌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땐  집사람의 분신인 히꼬(반려견)의 아빠이자 엄마로서 지금 마누라가 하는 것처럼 하루 5~6번 똥오줌과 산책시키고 밤이면 한침대에서 같이 자고 같이 아침을 맞이하면 그나마 덜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때론 혼자있어도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게 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물론 내 소원은 내가 마누라보다 먼저 죽어 마누라가 "그 오지랖이 없는 것보다 있을 때가 낫네"하며 가끔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이다.


의사가 위장병에 안 좋다고 커피 자제하라고 하지만 디카페인은 괜찮겠지 하며 하루 2잔은 마신다. 특히 주말 부산에선 대형 커피숍에 가서 읽던 책을 챙기고 간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해운대 마린시티 포세이돈 아파트내 모모스 카페(MOMOS COFFEE)는 멀리 오륙도가 보이고, 왼쪽으론 동백섬이 보인다. 근데 커피값이 비싸다(사진 설명).


마누라가 알면 또 잔소리 할 것이다. 그는 내가 해운대 해변과 동백섬이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은 놔두고 감기라도 걸릴 가능성이 많은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쓸데없이 커피에 돈을 쓴다고 잔소리를 할 게다.


하지만 난 오늘도 은은한 색소폰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서 연인 말고도 혼자서 책을 읽고 멍 때리기를 하는 여타 싱글들처럼 나는 사람 냄새 맡으러 카페에 온다. 따뜻한 커피 위에 우유로 멋을 부린 하트 모양을 보며 사랑마저 공짜로 받는다는 느낌과 쌉쌀한 커피 맛과 구수한 향기를 맡으며 주말 일요일을 보낸다.


뭐 부부가 둘이 있어도 생각이 다르고   

함께 있어 외로운 경우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옆에서 누구와 함께 같이 일어나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허툰 말이지만 일상의 대화를 하는 그런 삶이 혼자보단 낫을 듯하다.


하지만 어차피 혼자 산다면 가끔은 커피숍에 가서 사람 냄새와 그리움을 느끼고 와도 좋을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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