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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비 Jul 20. 2023

마른하늘의 암벼락

투병기록: 암밍아웃


2022. 5월 7일 내 인생의 어마무시한 일이 찾아왔다 예전부터 가슴에 몽오리가 잡혔었는데, 그때는 아주 작아서 건강에 무지했던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몽오리가 있을 것이란 착각으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


몇 년 전 언니가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짜증 내면서 별게 아닌 듯 현실을 부정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무척이나 혹독했던 2021년을 보내며, 스트레스 가득했던 직장과 프로포절을 준비하며 논문계획서를 써 내려갔으며, 인생의 여러 문제 등으로 나의 정신은 밑바닥이었다. 위로 아래로 옆으로 나의 인생은 꽁꽁 막혀있고 미래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참으로 나는 이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어떻게! 용케 잘 견뎌내고 있지?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며 하루하루를 벼텨냈는데.... 사실 나는 괜찮지 않았나 보다 내 몸의 암세포가 쑥쑥 자랐고 나의 많은 스트레스는 암의 먹잇감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암진단을 받던 날...

암크기는  4cm였다가 5cm였다가 6cm가 되어있었고 침윤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웃프게 진료 후 충격을 받고 나오자마자, 간호사는 아주아주 친절하게 중증환자 등록을 해주었다. 나는 하루아침에 중증환자가 되었다. (물론 중증환자가 된 암환자에게 5년 동안은 5%로의 의료비를 부담케 해 준다는 희소식이 너무 감사했지만) 나는 하루아침에 유방암 환자가 되었다.

충격을 받을 엄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엄마에게 미리 전화해서 소식을 알린 언니! 언니는 엄마에게 차분하게 진단결과를 이야기했다. 엄마는 나랑 있을 땐 울지 않고, 치료하면 된다고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다독여주셨다.(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내가 남자친구랑 잠시 시간을 보내러 간 사이에 많이 우셨다고 한다. 언니도 좀 더 일찍 가라고 할걸 억지로 데려가지 못한걸 속상해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그리고 나는 남자친구와 파주로 산책을 가기 전 남자친구가 집에 가서 엄마한테 차분히 말씀드리고 밖에서 기다릴 테니 밖에 나가고 싶으면 이야기하라고 했다. 나는 집에 있으면 계속 "암"이라는 생각에 빠져들어서 정신이 나락으로 떨어질까 봐 너무 두려웠고 남자친구와 파주에 가서 카페도 가고 걸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남자친구는 이상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평소보다 더 장난을 쳤다. 내가 너무 우울함 속에 빠지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이 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삼촌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 앞에 기도해야 하고 시편도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힘들 때, 자존심 부리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삼촌이 우는 걸 처음 들었다 그리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암이라는 단어는 나의 생명을 떠올리게 만들곤 한다

혹시 나의 생명을 빼앗아갈까 봐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작년에 나는 엄마에게 너무 마음이 힘들 때마다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막상 암에 걸리고 보니 나는 너무나 살고 싶었다....

나는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그리고 잘 살아보려고 엄청 애썼는데, 이렇게 살아온 치열한 삶의

보답이 이건가?ㅠㅠ

오늘은 7월 21일 암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3차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블로그 일기 기록 당시)


나의 유방암투병기를 글로 남겨 놓아야겠다고 결정했다. 내가 하루하루 나를 위해 온전히 집중하고 사랑했던 적이 있었던가? 계속 다른 사람들과의 삶과 나를 비교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괜찮은 사람이고 싶어 했지만, 정작 나는 나를 배려하며 내 삶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 어쩌면 나에게 무척이나 힘든 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휴식의 시간임을 깨달았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좀 많이 사랑해야겠다.

오늘도 나는 독한 항암제를 맞고 헤롱거리고 소화가 안되고 몸이 불편하면서도 온전히 집에서 누워있는 것조차 너무 게으르다고 나를 채찍질한다.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나를 살피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파이팅

(2022.7월 어느 날의 기록)


처음 암진단을 받고 많은 충격을 받고 적어 내려간 내용이다. 당시의 느꼈던 공포는 어마무시했었다.

되돌려 생각해 보면 이때가 암을 진단받고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두렵고 화나고 암에 걸린 이유를 찾기도 했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혹시 전이가 됫을까봐 두려웠고 크기가 큰 암사이즈로 항암을 피하기 어려웠을 때도 … 항암의 무게를 알지 못하고 얼떨떨해하며 치료를 시작했다. 아마 이 치료가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더 무서웠을 텐데 무경험의 용기로 아무 생각 없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던 그 순간.. 그래도 나를 사랑해 주는 이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이건 번외기록이긴 하지만

어제 어느 초등학교선생님의 죽음을 접했다. 원인은 정확하진 않지만 학부모의 악성민원 때문이라는..

나도 10년간 교사를 하면서 수없이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물론 좋은 분들이 훨씬 많지만)

나도 암에 걸렸을 때.. 직장에서의 여러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내암을 키우지 않았었나 생각했었다

내 주변에 선생님들 중에는 몸과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 많다. 교사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소신을 가지고 행복하게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열렸으면 좋겠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임용 후 나의 첫 교장선생님이 하신 이야기가 떠오른다.

선생님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안타까운 이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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