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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11. 2024

영국 음식은 맛이 없을까?

2024년 4월 11일 목요일

영국은 유럽 내에서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어떤 유럽의 지인들은 우스갯소리로 영국인들은 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주재원 시절 장인 장모님이 영국에 오셔서 함께 여행을 여러 번 하게 되었다. 여행 중에 두 분이 가장 힘들어하셨던 부분이 음식이다. 웬만하면 사위 입장을 고려해서 말씀을 삼가셨겠지만, 음식들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나 또한 그 당시까지 영국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런던에 나가면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영국의 일반적인 음식이라고 보기 어렵고 가격 또한 매우 비싸다.


여하튼 가족들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찾다가 마땅한 음식을 찾을 수 없어서, K** 치킨 매장에 갔다. 분명 실패할 수 없는 음식이었지만, 영국의 K** 의 맛은 현지화되어 있었다. 치킨에 식초를 쳤는지 신맛이 나서 다 먹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던 중 지인에게 영국의 전통음식이 뭐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CARVERY’와 ‘FISH & CHIPS’라고 답했고, 우선 가족들과 함께 ‘TOBY’라는 ‘CARVERY’ 식당에 가게 되었다. 고기를 덩어리채 오븐에 구워낸 후 얇게 썰어주는 로스트(ROAST) 요리이다.


BEEF(소고기), PORK(돼지고기), TURKEY(칠면조 고기), LAMB(양고기) 중 세 가지를 고를 수 있다. 각종 삶은 야채들을 뷔페처럼 접시에 담을 수 있고, YORKSHIRE PUDDING이라는 속이 빈 바삭한 빵도 함께 나온다.


이 음식을 처음 맛본 우리 가족은 이후 이 식당의 골이 되어버렸다. 장인 장모님이 두 번째 방문하셨을 때 이곳으로 모셨고, 예상대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인당 9-10파운드 정도라서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결국 영국의 전통음식을 통해 영국 음식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FISH & CHIPS을 검색하니 바로 집 근처에 TAKEAWAY(TAKE OUT 영국 표현) 가게가 있었다. 생선 ‘대구’와 ‘감자칩’을 기름에 튀겨낸 음식이며 맛이 훌륭했다. 오래전부터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며,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이후 한국에서 가끔 치킨을 시켜 먹듯이 FISH & CHIPS를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영국 내 여행으로 호텔에 머물게 되면 아침 식사로 ‘ENGLISH BREAKFAST’를 맛볼 수 있다. 이 또한 영국의 전통음식이다. 계란프라이, 블랙푸딩, 버섯, 콩, 베이컨, 소시지, 식빵 등이 한 접시 위에 올려져 나온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매우 좋아했다.


다음으로 영국의 지방들을 여행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맛집을 만나기도 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식당은 영국 콘월(CORNWALL) 지역에 있는 해산물요리 전문점이었다. MONK FISH(아귀) 요리를 추천받아 주문하게 되었는데, 그 요리가 지금까지 생각날 정도로 맛이 좋았다.


영국에서 프랑스나 스페인 등 유럽으로 나가게 되면, 국가 간 음식맛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영국 음식은 조미를 많이 하지 않고 음식재료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즐기려 하는 영국인들만의 특징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영국 음식을 맛이 없다고 표현하기보다 건강한 음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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