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10곳 이상의 센터를 체험하면서 얻은 소소하고도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한다. 필라테스를 등록하기 전에 "이런 거는 누가 미리 좀 말해줬으면 참 좋았겠다." 하는 것들만 모아서 차곡차곡 정리해 보았다. 필라테스를 사랑하는 오랜 경력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열정에 불타는 2년 차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5번 이상의 수업을 들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을 이 글을 통해서 1번 만에 파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해 본다. 등록하기 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길 바라며, 지극히 주관적이니 자신의 성향과 목적에 따라 참고하시면 더욱 좋겠다.
1. 센터, 2. 강사, 3. 레슨의 형태.
1. 센터
필라테스 센터 문턱을 넘기까지가 조금 힘들어서 그렇지,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했다면 이제 제 집 드나들 듯이 출근도장을 찍을 곳이다. 집같이 편안한 센터는 어떻게 찾으면 될까?
1) 집과 센터의 거리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접근성이 좋은 곳을 위주로 알아보도록 한다. 필라테스가 처음이라면 무조건 집과 가까운 센터를 위주로 탐색한다. 되도록이면 도보 기준 15분 내외로. 나는 필라테스를 접한 초기, 패기롭게 차로 1시간 거리의 센터를 등록한 적이 있었다. 센터가 좋았고, 또 강사님까지 출중하다면 이 정도 거리쯤이야 문제없지 하고 말이다. 결과는 10번도 못 갔다. 수업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 하루 중 무려 3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운동은 아무리 좋은 센터와 강사님이더라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그 뒤로는 무조건 "도보로 갈 수 있는 센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도보 5분과 10분은 단 5분 차이지만, 운동 초반에는 심리적인 거리가 곱절로 차이가 나니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을 알아본다. 한 계절만 하고 그만할 운동이 아니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서운 추위가 있거나, 찜통더위일 때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 몇 분 차이도 크게 작용한다.
2) 센터만의 규정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지만, 유독 규정이 빡빡한 곳이 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다.
- 주 2회 이상은 무조건 출석.
- 한 주에 2회가 아닌 1회만 출석하면, 바로 오는 다음 주에 보충수업 1회를 꼭 들어야 한다. (다음 주 수업은 3회가 된다.)
- 다음 주에 출석을 못 하면 1회는 그냥 차감된다.
위의 센터 시설은 굉장히 좋았고 상담도 친절했지만, 규정 때문에 바로 등록할 마음을 접었다. 이러한 규정은 등록만 해놓고 안 가는 경우라면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경우 꼭 지켜야 할 것만 같은 압박으로 먼저 다가오기 때문에 타이트한 규정이 있는 곳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이외에도 내가 생각하는 엄격한 규정은,
· 듣고 싶은 강사님에 대한 선택권이 없고,
· 화, 목 정해진 요일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곳,
· 정해진 기간 내에 레슨권을 소진하지 않을 시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불해 기간을 늘려야 경우이다.
레슨권을 소진하는 정해진 기간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횟수에 따라 3개월 안에 소진. 이런 식으로 정해진 곳이 있다. 나는 개인에 따라 운동능력이 다르기에 회복하는 속도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 제한이 타이트하게 정해진 곳은, 그 외 다른 조건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야 등록할 마음이 생긴다.
정해진 규정이 없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면, 기간 제한이 없는 곳을 위주로 알아본다. 다른 규정도 거의 없고 자유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 센터 컨디션
상담을 하면 센터도 구경할 수 있다. 귀로는 설명을 꼼꼼히 들으면서 눈으로는 2가지를 체크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①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② 수업하는 룸 컨디션을 중점적으로 본다.
잘되는 식당은 청결하듯이 필라테스 센터도 마찬가지다. 각 센터마다 특징이 있는데, 간혹 룸을 가벽으로만 분리해서 운영하는 경우도 꽤 있다. 위가 뚫려 있어서 옆 방의 수업 소리가 들릴 수 있고, 탈의실이라 하더라도 문을 여닫는 소리, 들락날락하는 소리가 온전히 다 들린다. 수업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없어서 집중이 순간순간 흐트러진다. 잡음이 많으니 강사님의 목소리도 커지고 나중에는 목 컨디션에도 무리가 올 것이다. 강사의 컨디션 또한 회원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독립된 레슨공간은 강사와 회원 모두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4) 매니저 상주
꼭 필수는 아니지만, 카운터 업무, 전체적인 센터 관리만 하는 매니저가 있는지도 확인해 보면 좋겠다. 매니저가 없고 강사님들로만 운영되는 곳은 쉬는 시간 10분 안에 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강사님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간혹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5) 체험 수업 가능 여부
소규모 그룹 레슨의 경우 1회에 대개 2-3만 원 선으로 체험 수업이 가능하다. 직접 수업을 받아보면, 나의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등록 전 체험은 필수다.
- 나는 어떤 강사와 잘 맞을까?
= 나는 어떤 성향인가!
2. 강사
센터보다 더 중요한 지도자다. 나의 의지를 제외하고, 꾸준히 필라테스를 하기 위해서는 센터가 20, 강사가 80을 차지한다. 아래 요건들을 미리 염두에 두자.
(소규모 그룹 체험 수업을 기준으로 한다.)
1) 나와 에너지 크기가 비슷한 강사
필라테스는 50분이라는 수업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밀접히 상호소통을 해야 하는 운동이다. 회원과 지도자의 신뢰가 중요한데, 나는 이 신뢰가 어느 정도 비슷한 에너지레벨을 가지고 있다면 잘 형성되는 듯하다. 쉽게 얘기해서 나와 '결'이 비슷한 강사다. 활발하고 밝은 지도자가 더 편한지, 조용하고 차분한 지도자가 더 부담이 없는지, 그 중간쯤 어딘가가 가장 편한지, 자신의 성향에 따라 가늠해 본다.
2) 이름을 불러주는 강사
그룹 레슨을 하면 2-3명 정도의 기존 회원들과 같이 수업을 들을 것이다. 기존 회원들이 회원님으로 불리는지 아니면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는지를 귀 기울여본다. 아무래도 회원님으로 불리는 것보다 나의 이름으로 불러줄 때 그 강사님에게 더 호감이 생긴다.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을 좋아하면 언어 성적이 좋아지듯이 운동 실력도 효과적으로 향상된다. 이름을 부르는 강사님이 인기가 더 많았고 수업의 퀄리티도 좋았다. 많은 회원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에는 강사님의 숨은 노력이 있을 것이다.
3) 조교인 듯 강사인 듯
"강사님.. 조교 출신 아니죠?" 라며 그룹레슨을 함께 듣던 한 회원이 강사님께 물었던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의 지도자는 조교와 같은 카리스마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들어서 동작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그 카리스마에 한 카운터라도 더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계속 견디게 되어 실력이 금세 는다. 회원들이 힘들다는 아우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로 티칭을 하면 50분의 수업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울 수 있다. 카리스마는 딱 보면 느낌이 오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면 회원들이 강사님의 주문에 최대한 따라가려고 노력하는지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4) 정확한 티칭
순서나 동작을 헷갈린다던지 혹은 지도자가 왼쪽과 오른쪽을 헷갈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제 오른쪽 다리를 할 차례인데 계속해서 왼쪽 다리를 또 한다던지. 이렇게 오른쪽, 왼쪽이 사소한 것 같지만 수업을 할 때마다 실수가 누적되다 보면 나중에는 강사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회원의 입장에서는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를 했으니 저번처럼 헷갈리지 않게 내가 기억하고 있어야겠다."가 되기 때문에 나의 몸과 마음을 오롯이 맡기기가 어렵다. 나 또한 머릿속으로 다음동작을 자꾸 생각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집중력이 다소 흐트러질 수 있다.
5) 잘 가르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같이 수업을 듣는 회원들의 동작이 얼마나 동일한지를 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분명히 1명의 강사님에게 똑같은 티칭을 듣고 동작을 출력했는데 회원들의 포즈나 속도가 제각각인 경우가 있다. 회원들의 인지력이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인지력이 떨어지는 회원에게도 똑같은 동작이 출력되도록 하는 것이 강사의 능력일 것이다.
+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티칭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해 넣지 않았고, 그 외에도 나와 맞는 동기부여를 주는 지도자인지를 파악하면 더 효과적이겠다. 동기부여가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던 것은 "미워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힘껏 미세요."와 같은 큐잉이었다. 미워하는 사람도 없지만, 힐링을 하려고 온 수업에서 미운 사람을 구태어 또 떠올리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필라테스 교육기관을 거쳤다 하더라도 강사마다 수업 스타일이 각양각색이다.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동기부여가 오히려 더 좋은 자극일 수도 있겠고, 조교 같은 스타일보다는 웃음이 많거나 조심스러운 지도자가 더 좋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강사를 찾으려면 먼저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와 지도자 간의 신뢰가 두텁게 쌓일수록 그만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하면 꼭 개인레슨을 해야 할까?
3. 레슨의 형태
3가지로 나뉜다. 1:1 개인 레슨, 1:2 듀엣 레슨, 1:다수의 그룹레슨이다.
1) 1:1 개인 레슨
필라테스가 생전 처음이라면 최소 5-10회 정도 개인레슨을 먼저 받아보는 것을 필수로 추천한다. 필라테스라는 운동의 감을 잡을 수 있고, 정확한 호흡, 개인적인 신체적 특징들을 고려해서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그룹레슨에서도 더 재미가 붙는다.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면 개인 레슨을 먼저 하고 듀엣이든 그룹을 듣는 것이 가성비 면에서 효과적이다.
개인 레슨으로 자신감이 붙었다면 듀엣이나 그룹레슨을 도전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하는 레슨보다 여럿이서 하는 그룹 레슨이 훨-씬 더 재밌다.
2) 1:2 듀엣 레슨
2명이 하는 듀엣레슨의 경우 비슷한 운동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면 더욱 좋겠다. 듀엣 레슨을 받는 A, B의 운동능력치가 A는 100, B는 0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면, 운동 프로그램이나 강도는 그에 대한 평균값인 50으로 맞춰질 확률이 높다. A에게는 운동강도가 아쉽고, B는 이마저도 따라가기 벅찰 수 있다. 그에 반해 A, B의 운동능력치가 100으로 똑같다면 평균값이 100에 맞춰져 두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1:다수 그룹 레슨
소수가 아닌 대규모 그룹 레슨도 간혹 있다. 1대 8명 정도로. 비용적인 면에서 이점이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은 저렴한 비용이 아닐 수 있다. 다시 제대로 배워야 하는 비용이 더 들것이므로. 만약 내 친구가 6명 이상의 그룹레슨에 대해서 묻는다면 추천하지 않을 것 같다. 최적의 인원은 3-4명 정도라 생각한다. 1명씩 추가될수록 운동능력치 편차가 더 커질 확률이 있겠다. 게다가 강사님의 터치가 줄어든다. 터치는 인지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수강 인원수에 따라서도 수업의 퀄리티 차이가 크다. 그룹 레슨도 듀엣과 마찬가지로 회원들의 평균 운동능력치를 고려해 프로그램을 짤 것이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는 시작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터와 강사님만 잘 골랐다면 이제 50분 동안 나의 몸과 마음을 던져 맡기기만 하면 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필라테스를 하기에 늦은 때란 절대 없다. 필라테스는 마음을 다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고, 나와 내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회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