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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EUFeeLMYLOVE May 17. 2023

필라테스 사투리를 해석해 보자

그룹 필라테스 '첫 수업'을 앞두고 있는 분들을 위해


청기 내려. 백기 올려. 백기 올릴까 했는데 청기 내려.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내리는 게 맞을까? 아, 아니다. 이번에는 백기 휙 한번 감아. 휙휙 두 번 감을까? 는 페이크고, 다시 청기 올릴까? 백기지롱.


덜덜 떨리는 내 몸만큼, 정신도 탈탈 털린 나의 첫 필라테스 그룹수업 후기 요약본이다. 단지 다른 단어로 대체될 뿐 '정신없음'은 똑같다. 근심 걱정을 비롯한 잡생각이라곤 단 1초도 생각날 수 없는 완벽한 운동이야말로 필라테스다.


타지인은 절대 못 알아듣는 제주도 방언처럼. 필라테스인이 아니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필라테스 사투리의 연속으로 정신이 혼미했다.

네? 뭐.. 뭐라고요?

첫 수업, 후반부에 다 달았을 때쯤, 분명 강사님의 주문은 '오른쪽' 다리 90도로 들어주세요.라고 했지만, 나는 당당히 '왼쪽' 다리를 들었다. 에이 설마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헷갈릴 수 있냐? 하시겠지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반응속도도 느렸다. 나의 언어로 소화시켜 출력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대문짝만 한 거울로 보고 있자니 불쑥불쑥 속에서 욱하기도 했고 성말랐다.


나는 왜 못 알아들을까? 하.. 자괴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고, 성급하게 등록했나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질 때쯤 수업은 깔끔히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 모든 '처음'의 과정은 내가 부족하거나, 운동신경이 없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처음 듣는 언어들과 초면인 기구 명칭들의 콜라보로 내가 그저 생소한 것뿐이다. 혹시나 첫 그룹수업 이후 폭삭 풀이 죽어 있는 분이 거기 계시다면, 그건 절대 당신의 탓이 아니라 적응하는 과정일 뿐임을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더불어, 첫 수업의 충격으로 투털투털 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값진 경험이었지만,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다음수업의 설렘을 품고 되돌아올 수 있었으면 한다.


아래 세 가지만 휘리릭 훑어보면 다가오는 수업이 데이트처럼 기다려질 것이다.

1. 자주 들리는 말 TOP 7
2. 리포머 명칭
3. 소도구 명칭 및 간략 인상



1. 자주 들리는 말 TOP 7


미리 적응한다는 생각으로 '익숙해지는 것'에 초첨을 두고 참고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시면 좋겠다. 전문가인 강사님에게서 더욱 디테일한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1) 갈비뼈를 닫아주세요.

직독직해보다 의역이 필요하다. 좌심방 닫고 우심실 열어라는 것처럼 들리지만, 개폐의 개념이 아닌, 복부(갈비뼈)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세요!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사방으로 들이쉰 숨을 다시 하- 내뱉으면서 갈비뼈를 좁혀준다. 다른 곳에 집중을 하고 있다 보면, 갈비뼈가 흠씬 열려있을 때가 있다. 갈비뼈가 하늘을 향해 들리면서 허리는 과신전된다. 갈비뼈의 모양이 나의 겉옷 표면에 다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흐릿하게 조금 숨겨준다고 생각해 보자.


2) 귀 어깨 멀어진다~

내가 귀와 어깨가 멀어졌던 적이 있었나? 그럼 가까워진 적도 있었단 말인가?.. 화수분 같은 호기심은 잠시 제쳐두고, 어릴 적 기억을 잠깐 소환해 본다. 엄마가 머리를 한 묶음으로 질끈 묶어줬을 때의 그 느낌과 상당히 유사하다. 눈꼬리가 약간 위로 올라가는 거기 그 느낌! 잘 기억이 안 난다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고 하늘 위로 살짝 당겨보자. 바로 그 텐션이다. 자동으로 귀와 어깨가 멀어진다. 대부분의 필라테스 동작을 이 느낌을 가진채 한다. 과도한 어깨 긴장이 내려가고 꾸깃 찌그러진 곳이 자동적으로 사라진다.


3) 척추 마디마디를 느끼며 탑 쌓듯이 분절해 올라와주세요.

좀 천천히 올라와주세요. 우선 복잡한 것은 일단 두고, 처음에는 의식을 동원한다. 나의 척추에 처음 집중해 보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당장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도 내 척추의 움직임을 이미지로 상상해 그린다. 나의 후면에 26개의 돌이 쌓여있다는 것을 상상하면서, 돌(척추) 사이까지 깊이 들인 숨을 내뱉으면서 천천히 올라온다.


필라테스 창시자인 조셉 필라테스는 "만약 서른 살에 당신의 척추가 뻣뻣하다면 당신은 늙은 것이고, 60살에도 완벽하게 유연하다면 당신은 젊은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집안의 대들보처럼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척추는 중력의 영향으로 눌려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척추 분절을 통해 척추 사이사이 공간을 확보해 가동성을 늘려준다. 마치 중간중간 보호해 주는 에어백을 만드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초반에는 어떤 동작인지 잘 몰라서 율동처럼 단순히 몸짓을 따라 했는데, 지금은 너무 시원해 좋아하는 동작 중 하나다. 좋은 컨디션일 때 분절이 잘 되는 느낌이 확 느껴진다. 제대로 된 레슨은 1회 수업만으로도 분절 유연성이 달라진다.


4) 네발 기기 자세 만들어 주실게요.

기본적인 포지션 중 하나다. 네 발로 걸어 다니는 동물처럼 손과 발이 모두 발이 되면 된다. 어깨 아래 손목, 골반아래 무릎 정렬을 맞춘다.


5) 박스를 캐리지 위에 롱박스로 세팅한 뒤, 승마 자세로 앉으실게요.

나는 첫 수업 때 위의 문장을 듣고 3개의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몰랐다. 아래 올바른 수행 사진이다. 박스를 캐리지 위에 길게 롱박스로 세팅한 뒤 양발을 박스 양옆으로 떨어트려 승마 자세로 앉는다. (캐리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 숏박스, 롱박스로 세팅해 주세요.

롱박스는 아래 사진처럼 가로로 길게 놓은 모양이고, 숏박스는 가로의 길이가 짧게 세팅한 것이다.

박스 세팅 시 양쪽의 균형이 맞도록 정중앙에 위치시켜 둔다. 체중을 지탱해야 해서 그런지 박스가 생각보다 무겁고 크다. 가장자리에 보면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검정끈이 마련되어 있는데 양끝을 잘 잡고 읏-짜 힘껏 옮기면 된다.


6) 힙 힌지자세 만들어주세요.

Hip hinge. 고관절 '경첩' 움직임 동작이다. 화장대를 열고 닫고 하는 서랍에 있는 붙어있는 그 경첩처럼 우리의 고관절도 부드럽게 가동되어야 한다. 복부에 힘을 주고 허리는 과신전되지 않도록 신경 써서 고관절만 접어준다는 느낌으로 내려간다. 힙힌지는 척추의 본래 정렬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몸을 숙였다 일어나는 동작을 일컫는다.


7) 포인, 플랙스

발끝까지 에너지 주세요.라는 말은 대개 '포인'으로 발끝까지 뻗어준다는 말이다. 다리를 기준으로 앞쪽을 늘리면 포인, 뒤쪽의 햄스트링까지 늘리려면 플랙스 해서 발목을 당겨준다. 발가락이 아닌 발목을 당겨준다.

포인, 플랙스


+ 그룹레슨을 듣기 전에 개인 레슨을 필수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이렇게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신체적 특성이나 호흡법을 모르면 따라가기가 버겁다. 내가 잘못 따라가니 자연히 재미도 식는다. 차츰차츰 센터로 향하는 발길이 끊어지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레슨을 조금이라도 듣는 것이 좋겠다.



2. 리포머 명칭


다음의 필라테스 어를 듣고 그대로 동작으로 출력하시오.

오른쪽 다리 아빠다리, 왼쪽 다리 뒤로 보내준 다음에, 발등으로 숄더레스트를 감싸주고, 왼쪽 엉덩이를 최대한 붙여주세요. 오른손은 풋바 옆에 두고, 왼손은 천천히 풋바를 당기기 위해서 가줍니다. 왼손은 풋바를 당기고, 오른손바닥은 풋바를 밀어내 줍니다. 반원 그리면서 제자리로 돌아와 주세요.

리포머 수업 큐잉 중 일부이며, '리포머'는 필라테스 그룹 수업에서 빠질 수 없는 기구 중 하나다. 체어나 바렐 기구가 생략되는 센터는 있어도 리포머가 없는 곳은 드물다.


리포머라는 기구를 태어나서 처음 접한다면 당연히 명칭을 하나도 모른다. 생소한 명칭은 쏟아지는데 내 앞에 있는 많은 것 중에서 도통 뭘 잡아야 하는지 몰랐다. 기억도 나지 않는 돌잡이 때의 심정이 이런 걸까..? 명칭만 쓱 보고 가도 훨씬 빠른 동작 출력이 가능하다.

기구 필라테스 - 리포머 명칭

1) 풋바 (Foot bar)

발을 올리는 곳이다.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아예 바닥으로 눕힐 수도 있고 위를 향해 올릴 수도 있다. 그때그때 동작에 따라 맞게 풋바의 위치를 조절한다. 네발 기기 자세를 하면 손으로 잡는 부분이기도 하다.


2) 캐리지 (Carriage)

캐리지 아웃해서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아래 사진 3번)라는 말은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 소용이 없고 잽싸게 옆사람을 곁눈질해서 보고 따라 할 뿐이다.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다!

1. 캐리지 in 상태, 2. 캐리지 out인 상태, 3. 로제: 캐리지 out해서 들어온 상태

캐리지는 사람이 올라가고, 앉고, 서거나 누워서 동작을 할 수 있는 움직이는 보드다. 항상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내려갈 때나 오를 때 조심히 오르는 것이 좋겠다. 빨, 초, 노란색의 스프링을 걸어서 그 장력을 이용해 왔다 갔다 움직이는 부분이다. 캐리지 in은 캐리지가 안쪽으로 쭉 들어온 상태를 말하고, 캐리지 out은 캐리지가 멀어져 공간이 생긴 것을 말한다. 여유공간 안에 블랙핑크 로제처럼 쏙 들어가 동작을 할 수도 있다.


3) 숄더레스트 (Shouder rests)

하늘을 보고 누웠을 때는 어깨가 움직이거나 밀리지 않고 고정해 주고, 네발 기기 자세시 무릎도 밀리지 않게 고정해주기도 한다.


4) 헤드레스트 (Headrest)

누웠을 때 머리를 놓거나, 혹은 발바닥을 놓기도 한다. 헤드레스트도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살짝 올리거나 아예 내릴 수 있다.


5) 롱스트랩 (Long strap), 6) 숏스트랩 ( Short strap)

스트랩은 손이나 발에 끼워서 팔이나 다리를 당기거나 돌릴 때 쓰인다. 대개 롱스트랩은 발에 끼워 동작을 하는 게 많고, 숏스트랩은 손에 끼울 때가 많다.


+ 스프링 (Springs)

개인의 무게나 운동능력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빨간색은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스프링, 초록색은 중간 강도, 노란색이 약한 강도다. 안전을 위해 스트링의 몸통을 잡고 스프링 변경을 한다. 빨간색 스프링은 단단하고 무거워 한 손으로 변경이 힘들 수 있다. 두 손으로 잡고 변경해도 좋다. 스프링의 강도는 어떤 동작을 하느냐에 따라 반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너무 버거워 동작을 전혀 수행하지 못할 정도라면 조용히 손을 들어 강사님에게 스프링 변경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자세에 따라 반대로 노란색 스프링이 더 힘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3.  소도구 명칭 및 간략 인상


1) 스파인 코렉터

주로 옆구리, 복부 운동 시 옆으로 보고 눕거나, 하늘을 보고 누워 동작한다. 박스처럼 무겁지 않고, 스트리폼처럼 가볍다.


2) 스틱바

얇고 긴 나무바이다. 본수업에 들어가기 전 발바닥 마사지를 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고, 리포머 스트랩에 스틱바를 끼워서 활용하기도 한다.


3) 써클링

스펀지 부분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운동이 가능하다. 네발 기기 자세로 회색 스펀지 부분을 명치에 갖다 대서 상체 운동을 하기도 하고, 머리에 둬서 복근 운동을 하기도 하고, 양 발목 사이에 둬서 허벅지 안쪽 근육 운동을 하기도 한다. 엎드린 자세로 뒤로 누우면 팔뚝 운동도 가능하다. 휘뚜루마뚜루!


4) 보수

균형감각 향상에는 탁월한 소도구이며 유산소 몸풀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단, 유의점은 친한 사람과 레슨을 들으면 웃음이 '빵' 터져 주체하기 힘들 수 있다. 초반에는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몸이 쉴 새 없이 흔들려 거울을 통해 마주하고 있으면 진지한데 웃기다. 보수도 박스와 마찬가지로 '생각보다' 무겁기 때문에 자세를 낮추어서 허리 부담이 없도록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5) 밴드

제일 조그마하고 가벼운데 운동할 때는 세상 무겁게 느껴지는 소도구다. 깊고 얇은 근육의 자극을 느낄 수 있다.

밴드를 잡는 위치에 따라서 강도 조절이 얼마든지 가능해 초심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짐볼

위에 앉자마자 '행복감'을 즉시 선사하는 매력적인 소도구다. 짐볼에 관련해서는 나중에 또 자세히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 외 토닝볼, 오버볼, 트라페즈 바, 점핑보드, 슬라이더, 폼롤러 등 다양한 소도구가 있지만 이러다 밤새울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더욱 성공적으로 필라테스 수업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사실 꼭 성공적이지 않아도 좋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 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 재밌는 필라테스 속으로 힘차게 나아갈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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