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서울, 무려 80년 만의 대폭우가 쏟아졌던 날이 있었다.
나는 이날도 여전히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러 갔었다. 물론 차가 잠기고 이동이 힘들 정도로 쏟아졌던 시간은 아니었고, 수업을 끝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폭우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필라테스 수업의 출석률은 좋을까?
매우 그렇다.
오늘은 비가 오니깐 안 오는 사람이 많을 거야 하고 가보면 우산이 빼곡하게 줄지어 나를 반긴다. 여기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구나..^^;;
궂은 날씨에도, 필라테스 수업을 빠짐없이 들으러 오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올까?
1. 최단 시간 최다 성취
나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기구 필라테스 중 '리포머' 수업이 인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수업 예약이 거의 대부분 가득 차 있는 편이다. 리포머는 조셉 필라테스가 고안해 낸 기구 중 가장 대표적인 기구로써 필라테스 기구 중 가장 유명하다. 이 기구 하나로 100가지 이상의 운동을 할 수 있어서 "필라테스의 꽃"이라고 불린다.
내가 106회 이상 꾸준히 다니는 센터는 그냥 리포머가 아닌 콤비 리포미를 보유하고 있다. 콤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개가 합쳐진 것이다. 리포머와 스프링보드를 합쳐 콤비리포머라 하며, 거의 200가지 동작도 나올 것 같다.
1년 가까이 다니고 있으면서 "이 동작.. 저번에 했는데 또 하네?" 하고 익숙했던 적이 거의 없다. 항상 매번 새로운 동작을 수행한다.
필라테스는 헬스처럼 같은 동작을 계속 3세트씩 하는 경우는 드물고 한 동작을 하고 또 다른 동작으로 계속해서 넘어간다. 한 동작을 할 때 12최소 3-4번, 대부분 8번, 많게는 12회, 20회도 한다.
한 동작의 횟수를 정확한 자세로 성공하면 또 다른 동작을 도전해 성공해 내는 식이다.
필라테스를 끝내고 오면 항상 너무 개운하고 전신에 순환이 되는 느낌이 확 든다. 기분도 좋다. 초반에는 모든 카운트를 다 완벽한 동작으로 채우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점점하면 할수록 모든 횟수를 정확한 동작으로 채우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현재도 정해진 카운트를 온전히 다 못 채우고 중간에 포기할 때도 있다. 필라테스는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재미와 성취감이 짜릿한 운동이다.
한 수업에서 모든 동작에 카운터를 완벽히 수행해 내면 성취감을 맛본 횟수가 얼마나 많을까? 그야말로 최단 시간에 최다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운동이 필라테스다.
2. 높아지는 의식으로 주체적인 삶 영위
실제로 필라테스와 요가와 같은 운동에 몰두하면 할수록 '의식'도 점점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기구 필라테스는 눈을 감고 운동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리포머 위에 누워서 운동을 할 때 눈을 질끈 감고 동작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혹여 부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머리카락이 길면 스프링에도 뎅~ 끼일 수 있고, 기구에서 내려오다 다칠 수 있다.
대기구에 내 몸을 맡기면서 운동하므로 주의 집중력을 더욱 요한다. 그래서 필라테스 수업이 진행되는 50분 동안은 아무런 근심, 걱정, 생각 없이 오로지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는 주의 집중 근육을 단련할 때 '신경가소성'이라는 과정이 일어난다고 한다.
두뇌는 놀랍게도 자체 재조직이 가능하고,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순간에 주의 집중하게 도와주는 필라테스·요가·명상 같은 기법들이 두뇌 재조직에 특히 효과적이다. 새로운 중립적 방법들이 생겨나면서 디폴트 패턴을 깨고 나와 의식적인 상태에서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마지막 카운트에 다 와갈 때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할 수 있다'를 반복하고 있다. 꾸준히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나중에는 필라테스 동작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 할 때 "할 수 있다"가 무조건 반사처럼 튀어나 올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3. 스트레스를 떨쳐낼 수 있는 힘↑
최고의 스트레스 내성을 키우는 운동 중 하나가 또 필라테스다. 필라테스는 운동과 호흡 조절력을 결합해서 정신과 몸을 모두 참여시킨다. 신체 기관에 스트레스를 가하고, 호흡 진정 능력과 재연결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몸의 한계를 시험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외적 한계를 시험해서 정신과 몸의 힘을 배우는 것이다. 점점 더 강도 높은 자세를 수행해 내면서 스트레스 반응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치유가 시작되는 평온과 안정 상태로 더욱 쉽게 돌아간다. 이처럼 통제된 신체적·정신적 역경을 통해서 더욱 빠르게 되돌아오거나 회복력을 키운다.
필라테스와 비슷한 요가에서도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6년 혹은 그 이상 요가를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 사람들보다 두 배 이상 오랫동안 얼음물에 손을 담글 수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요가 수련자들은 요가를 하지 않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을 고통과 분리하지 않는다. 감각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해서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낸다. 이것이 회복력 운동의 핵심이다.
필라테스의 무수히 많은 장점들 중 3가지만 꼽아봤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서 업력이 길고 좋은 강사님들이 있는 필라테스 센터는 폭우를 뚫고도 100%에 가까운 출석률을 자랑한다. 그저 운동이니 좋고 개운하다를 넘어서 하루하루 나의 마음과 몸을 돌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