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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우 Aug 07. 2023

부재와 존재

가을이 오면 한층 부드러워진 햇살 아래 뜨뜻미지근한 커피와 함께 길거리 벤치에 앉겠다. 라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가을이 오자 예상과 달리 부재의 대상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한층 부드러워질 것만 같던 햇살은 여전히 살갗을 조여왔고, 때문에 몸은 뜨뜻미지근한 커피보다는 차가운 냉커피를 주문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It Never Entered My Mind」 가 흘러나오는 째즈 카페의 유혹을 벗어나 가까운 벤치를 찾아 나섰다. 예상했던 것처럼 우리 동네에는 잠시 앉아 있을 만한 벤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익숙했다. 가까운 공원에 가야만 벤치가 있다는 사실에.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정처 없이 걷다가 쉬어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존재와 부재의 감정. 익숙함과 그리움 혹은 소중함. 역으로 부재와 존재의 감정. 어떠한 사물이나 대상이 세상에 없다가 불현듯 내 앞에 툭. 참신함 혹은 신선함. 편안하고 안주하는 삶에 중독된 이들에게 나는 말한다. 비집고 나오라며. 가을이 오면 부드러워질 것만 같던 햇살이 내 마음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 것에 슬퍼하지 말자고. 거리에 벤치가 없다며 탓하지 말고 가방 속 구겨진 책이라도 찢고선 앉으라며 말한다. 사색에 잠긴 나는 정처 없이 걷다 공원 벤치가 눈앞에 다가온 순간 가방 속 구겨진 책을 한 장 찢었다. 거침없이 찢긴 종이 위에 고딕체로 쓰인 글 하나가 나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나이는 이미 70대였다. 누군가는 그가 '말년에 충분한 레전드 대우를 받았다'고 평가했을지도 모른다. 2002년, 그래미 어워드는 그에게 '평생공로상'을 수여하며 그간의 전설적인 커리어를 돌아보게 했다. 모두가 뒤로 돌아 그의 과거에 박수를 보냈을 때 그는 그 반대편에 찬란하게 펼쳐질 미래를 바라봤다. 토니 베넷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몇 살이든, 여전히 배울 것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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