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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우 Jun 07. 2024

무중력, 늦잠 그리고 새벽(2)

윤종신의 늦잠

마치 이불이 구름 같아 부드런 붕 떠 있는 것 같아 지난밤 내 곁엔… 영원히 깨고 싶지 않았어 눈 감아야 선명했어 너에게만 집중했어… 이따 봐


그런 적 있잖아요.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내 삶에 가장 가까이 스며들어 있었다는 것을. 바보같이 행동하고 바보처럼 나답지 않아 하며 다른 이에게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문득 생각이 드는 찰나의 순간.


그 순간 0.01초 아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그 사람. 어쩌면 가장 나답게 행동하게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구나. 아, 이 사람 앞에서는 내가 바보가 되지 않는구나.라는 찰나의 순간 말이에요.


그런 사람이 생각은 나긴 하지만 내 마음을 그대로 주기에는 지나간 과거에 소비했던 시간만큼 감정도 크게 소비했기에 겁부터 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쉽사리 마음을 건네기 미안합니다. 내가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거든요.


기다려 주세요. 고통스럽지만 나 기다려 주세요. 한 달이면 돼요. 아니, 그 보다 짧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부디 기다려 주세요. 눈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게 그대이기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부탁입니다.


이기적인 건 나도 알고 있습니다. 죄책감을 가지며 그대를 만나고 싶지 않아요. 지난 과거 속의 현상이 자연스레 휘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생각보다 빠르게 지워지고 있어요.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십 년이 지나도 아직도 못 잊겠다는 Fly To The Sky 노래 가삿말은 제 이야기가 아니에요. 난 지나간 인연에 미련을 두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틀 전 제게 그랬잖아요. 친구의 생일도, 화려한 축제도 없는 날 만나자고요.


처음으로 그대에게 설렘이라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그 순간이 제가 방금 전 얘기한 찰나의 순간이었더군요. 기다려 주어서 고맙습니다. 약속을 취소해도 좋아요. 그냥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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