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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우 Jun 13. 2024

이상하게 더 밝게 인사드리고 싶었다

최 씨 할아버지가 돌아오셨다. 돌아오시고 며칠 뒤, 그는 고생하는 자신의 딸(내장탕집 사장님)과 손자가 딱하고 그들에게 늘 미안했다며 어린아이처럼 끅끅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셨다. 슈퍼이모 앞에서 말이다. 어린아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들킬까 눈물을 재빨리 훔쳤던 그가 돌아온 지 일주일 채 되지 않은 시간만에 돌아가셨다.


내장탕집 사장님이 알렸다. "황망한 마음에 일일이 연락드리지 못함을 널리 혜량해 주시길 바랍니다." 라며 문자로 알렸다. 문자를 받기 전 며느리 식당 사장님(우리 어머니다)과 아침 식사 도중에 경찰차, 구급차가 길거리에 주차돼 있는 것을 보고 지레 짐작했다. 어머니는 "설마 최 씨 할아버지 돌아가셨나" 라며 흔들거리는 동공과 함께 아니길 바라며 중얼거리셨다.


최 씨 할아버지가 돌아오신 날 나는 이상하게 더 밝게 인사드리고 싶었다. 그는 늘 인자하고 세월진 주름이 더해진 웃음에 존대의 화법을 더한 인사를 건네셨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같은 날 우리 어머니는 이상하게 콩국물 한 그릇을 그에게 대접하고 싶어 하셨다며 아침 식사를 마저 먹으면서 얘기했다. 우리는 시원하고 보글거리는 국물이 담긴 김치찌개가 있음에도 목이 막힌 채 식사를 재빠른 척 마무리했다.


딸은 생전 최 씨 할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의 한탄대로를 늘 걸어 다녔다. 사람들은 동정과 공감은 버려둔 채 동행했다. 최 씨 할아버지가 잠이 들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그를 몹시 미워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데도 피곤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늘 피곤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미움을 받던 그가 오늘 떠났다. 아이러니하게 그녀의 뒷모습이 슬퍼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자세한 이유는 모른다. 그녀가 왜 그를 그렇게 미워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지만. 그녀를 그렇게 힘들게 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마지노선 앞에만 우뚝 서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 그녀의 뒷모습이 슬퍼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사랑하지 않았기에? 용서하지 못했기에? 그녀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그냥 난 사랑과 용서를 배워가는 삶을 살아가는 중일뿐이다. 최 씨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에 두고 평소보다 과한 사랑을 베푼 나와 어머니. 죽음 뒤에 슬픔과 용서가 떠오르는 그녀의 뒷모습. 거듭 말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마다 사랑법, 용서법은 극히 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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