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
빈맥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이후로 나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손목에 차고 있는 갤럭시 시계는 맥박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시계가 열일을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자주 변하는 맥박에 온 신경이 쓰이는 중이다.
아침을 챙겨 먹고 서예실에 갔다.
글씨 쓰는 즐거움이 점점 커져간다. 선생님의 체본으로 전서 임서를 하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은 형태를 따라 쓰는 형임과 뜻을 따라 쓰는 의임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서 모름지기 임서를 잘해야 60에서 70프로의 서법을 완성한다고 말씀하셨다.
만호제력을 앞세워 좌우균형, 흑과 백의 균등분할과 역입을 통한 획 긋기를 다시 새기게 해 주신다. 나는 글씨를 쓰면서 서툴고 어설픈 모습이 보여 슬며시 혼자 웃곤 한다. 어설픈 것이 때론 귀엽기도 하고 또 이것을 인정해야 더 나아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했듯이 나는 그래도 글씨를 쓰고 있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깃든다.
선생님은 김정희의 판전이라는 글씨를 보여주시면서 김정희의 마지막작품이고 능숙함에서 이젠 어설픔으로 돌아간 글씨의 모습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에 용기를 내보는 것이다.
봉은사의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글씨 판전
그래도 임서는 쉽지 않다.
형성자의 자간이 벌어지고 시작점과 끝점이 다르고 자형의 순서도 익숙지가 않다. 그뿐이랴. 역입과 행 긋기도 배운 데로 하기가 쉽지가 않다. 좌우균형 맞추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럴 때마다 달려오셔서 설명해 주시고 본을 보여주신다.
선생님을 뵈면 일만 시간의 법칙이 생각난다. 지난한 임서의 과정을 지나 이제는 자유자재로 글씨를 쓰시는 선생님은 분명 서예의 신이시다. 달인이시다.
오늘도 나의 롤모델을 닮아가려 용쓰는 나의 아티스트데이트가 애처롭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어설픈 글씨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선생님의 지도로 매일 이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반드시 원하는 글씨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글씨 쓰기는 먹을 가는데서부터 온전히 마음의 수양인 것을 다시 깨닫는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오늘도 한 자 한 자 정성껏 완성해 가련다. 더 깔끔하고 더 맵시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글씨가 내게 와주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