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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멈춤

병원입원

by 박규리

은퇴 후의 내 삶은 낮과 밤으로 , 그리고 주중과 주말로 나뉘어 살았다.

기간제로 아이들을 만나는 틈틈이 저녁시간에 영어 줌수업과 그 외 여러 가지 강의를 이것저것 들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은 더 바빴다. 아침 줌수업이 이틀 내내 있었고 토요일은 서예글쓰기와 수지침 공부 그리고 일요일은 도선사를 꾸준히 올라가 기도를 하곤 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에는 남성역에도 가끔 다녀왔다. 그러면 밤 7시에서 8 시가 귀가시간이다. 조금 쉬다가 10시 조금 넘어 가족서클을 위해 줌을 열어 멀리 캐나다에 있는 아들과 성남의 작은 아들과도 연결한다. 11시가 넘어 줌이 끝나면 잠드는 시간은 11시 30분을 넘는다. 다시 5시 30분쯤 일어난다. 눈을 뜨면 108배와 아침 준비를 하고 아침을 뜨는 둥 마는 둥 출근한다.

이렇게 2024년도 지나오고 있는데 어제는 9시 10분경 저녁대신 간식을 먹고 있는 나에게 이상 증세가 생겼다. 기슴이 답답하여 그것을 만회하려고 기침을 해보았다. 목까지 치밀어오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시계를 보았다. 시계에 표시된 맥박수가 169! 이러면 혈압 측정도 안된다. 쳇지피티에게 물어보았다. 병원을 가야 한대서 밤이라고 했더니 심호흡을 하고 찬물을 마시고 경과를 지켜보란다. 줌을 하는 둥 마는 둥 마치고 자리에 누웠다. 잠을 청해 보지만 답답함 그 자체다. 시간마다 깨어보지만 맥박수엔 변화가 없다. 153~~ 시계는 계속 경고음을 때린다. 휴식상태에서 10분간 잰 맥박인데 이러면 심장에 문제가 있단다.

결국 잠을 설치다 5시 30분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처치가 들어갔고 맥박은 안정되었지만 혈압저하로 병원에 입원했다. 심초음파 심전도를 찍고 약처방을 추가해 주셨다.

회진한 주치의선생님이 스트레스와 비만은 이런 상황을 더 자주 오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빈맥을 겪은 고통을 잊지 않는다면 먹는 것을 조심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건강이 허락할 때라는 걸 기억하려 한다. 내가 하고자 원했던 일들이 손 안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버렸다. 방학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움켜쥘 수 없었다. 아이들과 헤어지는 인사도... 동료들과도 또 반년을 묵묵히 보살펴 주신 교장 교감선생님과 수석님께 인사도 못 드리는 상황이 올 줄이야! 가슴이 시리다. 바로 앞 병상에서 코마상태로 숨만 쉬고 계시는 환우를 보며 이런 글이라도 남길 수 있는 내가 다행으로 느껴진다. 이 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천국과 지옥은 한 끝 차이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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