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빠니보틀 님 이탈리아 맛기행 편을 보는데 로마에서 커피 마시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이탈리아 요리 전문 쉐프인 나폴리 맛피아하고 같이 가서 빠니보틀이 이태리 음식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곤 했는데 ‘아이스 라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미국인 손님이 이태리 현지 카페에서 아이스 라떼를 시켰는데 나폴리 맛피아가 살짝 놀라면서 ’그는 미국인이니까 그럴 수 있죠.‘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이스 커피에 대한 짧은 토론이 이어졌는데 이태리 사람들에게 아이스 커피라는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해할 수 없는 메뉴라는 식의 설명을 덧붙여줬어요. (물론 유머) 범죄에 해당하는 폭력적인 일이라는 이야기까지 덧붙이더라고요. (물론 유머)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된장찌개에 얼음을 넣는 것과 비슷하대요. 제 질문은 여기서부터 생겨났어요. 그 영상을 보는 순간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이렇게 맛있는 아아를 왜 이태리 사람들은 살인적인 메뉴라고 평가하는 걸까요?
얼음은 문명의 산물이고, 우리는 그걸 충분히 누릴 조건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얼음 자체를 부정하는 일은 아닐까요?
그저 클래식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이 과격한 표현으로 탄생한 건 아닐까요?
어느 순간부터 그 본질은 잊은 채, 따뜻한 커피를 마시지 않은 사람을 무시하는 수단으로만 그 시선이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아직 접해보진 않았지만 냉된장찌개도 맛있을 수 있죠. 상상해보면 맛있을 것 같기도 해요. 어릴 때 부터 차게만 먹었던 모밀이 온모밀로도 아주 잘 팔리고 있거든요. 물론 저는 냉모밀파지만요. 우리가 생각해야하는 건 커피의 본질이 아닐까요? 제가 너무 커피에 대해 모르고 있는 걸까요? 커피에 비하면 얼음이 생긴지는 얼마 안 됐잖아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맛있고, 얼죽아파도 생기고, 프라프치노도 생기고. 이제야 클래식한 아이스 커피의 세계가 탄생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다양한 커피의 세계를 클래식을 따라야만 한다는 보수주의 때문에 놓치는 건 아쉬운 일인 거 같아요.
어제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면서 계속 냉된장찌개의 맛을 상상해봐요. 얼음을 넣은 된장찌개의 맛은 어떨까요? 얼음이 녹으면서 묽어질 걸 생각해서 조금 더 간을 세게 해야할까요? 김치로 잼도 만들고, 된장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시대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도는 ‘미국인이라서 그래’가 아닌 ‘각자의 취향’으로 받아주면 좋을 거 같아요. 이태리에 간다면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고집하는 따뜻한 커피의 세계도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취향’이 있는 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