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슬아슬 재주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곰이네
난쟁이 광대의 외줄 타기는
아름답다 슬프도다 나비로구나
우리는 크라잉넛 떠돌이 신사
한 많은 팔도강산 유랑해 보세
마음대로 춤을 추며 떠들어보세요
어차피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떠돌이 인생역정 같이 가보세
외로운 당신의 친구 되겠소
흥청망청 비틀비틀 요지경 세상
발걸음도 가벼웁다 서커스 유랑단 헤이!
<크라잉넛 - 서커스매직유랑단>
저와 비슷한 세대라면 오락실 펌프에서 접했던 곡이 아닐까 합니다.
어렸을 때는 가사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신나게 펌프를 즐겼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 이 곡이 갑자기 생각나서 가사를 유심히 들어보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서커스 유랑단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정직한 곡입니다.
어른이 되어 보니 마냥 광대들의 이야기 같지는 않게 들리더군요.
어른이 된 우리도 매일 '아슬아슬 재주넘지만' 밝은 미래를 그리기보다 걱정을 하고 있지 않나요?
세상은 어느 때보다 가깝고 빠르게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는데 "외로운 당신의 친구 되겠소"라는 가사가 와닿네요.
일을 하지 않는 상태로 공부를 하며 심리적인 방황을 하는 시기라 그런지 갈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서커스 유랑단의 마음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저 떠돌아다니다가 잠깐 멈춰서 쇼를 한 후 다시 떠나는 떠돌이 인생.
우리의 인생은 어떤가요?
많은 사람들은 안정을 찾기 위해 대기업에 들어가려 하고 집을 사려고 하지만 그러면 안정이 되는 걸까요?
저도, 다른 사람들도 마치 쫓기듯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 어디처럼 낮잠도 2시간씩 때리고, '나 퇴근했으니 말 걸지 마쇼'와 같은 태도로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인생은 어려운 걸까요?
인생이 아무리 마라톤이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마음은 어느 한 곳에 편하게 쉬고 싶다고 외칩니다. 돈이나 직장이라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마음 따라가는 대로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돈은 어느 정도 벌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까지 현실에 타협하면서 살아야 되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서커스매직유랑단을 부른 크라잉넛은 고등학교 친구들이 뭉쳐서 만든 밴드인데 올해 멤버들 나이가 47세더군요. 라이브 무대 영상을 몇 개 봤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해서인지 얼굴이 젊어 보이고 생기 있어 보였습니다.
'나는 돈에 타협하지 않을 거야'
매일 다짐합니다만 내 인생이 외로운 광대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재주 넘기가 지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저 같이 떠돌 친구 한 명 있으면 좋으련만,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