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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무지니 Feb 09. 2023

직장에서 대놓고 왕따 당해봄?-1

그렇게 해서 책임은 달 수 있겠어요? 왕따이야기 시리즈 

이동한 부서는 내가 전배 사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전 부서장을 미워한다거나 원망할 틈 같은 것도 없이. 그렇게 전배온 부서에서 3년 정도 일하다 보니, 엔지니어로써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매년 논문대회를 하는데 거길 나가보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니, 난 대학교 졸업할 때도 논문 안 쓰고 졸업 작품만 했었는데...ㅋ) 


부서 업무는 FA(Factory Automation)이었다. 뉴스나 애국가 나올 때 보면 천장에 매달린 애들이 휙휙 지나다니는 걸 볼 수 있는데 그걸 OHT(Over Hanging Trasnsfer, 반도체 이송장치)라고 한다. 우리 라인은 Packaging, TEST공정이었고 Wafer 말고도 이송해야 할 게 많다 보니 해야 할 것도 많았다. 


잠깐 옆으로 빠졌는데, 무튼 흔히 반도체를 기준을 OHT라 함은 Wafer(그 신문에 맨날 나오는 300mm짜리 번쩍거리는 원형 판)를 옮기는 것이 메인이었고, Packaging을 하는 공정 쪽에서는 흔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그걸 논문으로 쓰면 뭔가 지적 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의욕이 넘칠 서른 하나 선임일 때라 그랬나? 논문 계획서를 작성해서 보냈는데, 그게 덜컥 예선을 통과했네? (사실 안될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도 좀 크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나온 게 이게 전사 논문 경진대회다 보니까 전체 영문 작성. 물론 토익 성적은 3년마다 한 번씩 제출해야 하니까 영어공부를 하긴 하지만 토익은 객관식인데? ㅎ 처음에는 일하면서 병행을 하다가 자료 조사에, 정리에, 영작까지 해가면서 하려니 도무지 납기 내에 끝낼 자신이 없었다. 마침 담당하고 있던 라인의 업무도 거의 막바지 상태였고, 사후 관리만 좀 하면 되는 수준이길래 파트장님께 상의를 좀 드렸다. 


"파트장님, 이 논문 만들어놓으면 좋은 자료가 될 거 같아서 그런데, 단 2주만이라도 좀 집중할 수 있게 업무를 좀 조정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하고 있는 업무 상태는 어때?" 

"라인에서 특이사항 생겼을 때 대응만 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평가 다 끝나서, 현장이랑 협의도 됐고요" 

"그래, 그럼 Cell리더랑 이야기하고 마감까지만 집중해 봐,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네" 


Cell 리더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별 일 아닌 거 같으니까 다른 사람이 아예 일을 하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논문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전적으로 일을 안 할 생각은 없었다. 담당하는 라인이 특이한 제품이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거의 1년 가까이를 나 혼자 담당하던 곳이라 다른 사람이 쉽게 대응할 수도 없었다. 특이사항이 생길 일이 별로 없어서 일 있을 때 대응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굳이 다른 담당자를 배치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 


그렇게 2주 바짝 논문에 집중해서 제출 완료하고 나서 그전에 계획되어 있었던 사외 교육 일정이 있었다. 그건 뭐 이미 계획되어 있던 일이기도 해서 3일 정도 자리 비우게 됐고. 복귀하고 첫날이었던가? 


사무실이 웅성웅성했다. 내가 담당하고 있던 라인에 무슨 문제가 생겼었던 거 같다. 알고 보면 간단한 일이긴 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진행하기는 좀 애매하긴 했나 보다. 그냥 일이 있었을 때 바로 연락했으면 내가 가봤으면 될 일이기도 했는데 어떻게 잘 정리를 해놓으셨는지 나는 연락을 받은 게 없었다. 그러다가 그날 도저히 안 되겠는지 인수받은 분이 나한테 왔더라. 어떻게 하면 되냐고. 그간 대신 봐줘서 고맙다고 하고, 라인 가서 확인하고 정리했다. 현장에서 대체 어디서 뭘 하다가 인제 나타났냐는 핀잔을 좀 듣긴 했지만...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Cell 리더가 갑자기 점심시간에 회의실로 부르더라. 


"야무진 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책임감이 없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나랑 일 같이 하고 나서 하루도 일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거 알아요? 담당하고 있는 라인에 문제가 생겼으면 바로바로 대응을 해야지, 이렇게 손을 놓고 있으면 돼요? 나는 이렇게는 야무진 님이랑 일 못하겠으니까 본인이 직접 파트장님한테 가서 말씀드려요. 여기서 일 못하겠다고."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일을 해야 되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일은 안 한다고 하고 그렇게 해서 책임 진급하겠어요? 파트장님한테 다른 파트 가겠다고 말 못 해요? 그럼 내가 해요?"


응?


  내가 논문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 갑자기 다른 파트에서 와서 Cell리더가 된 사람이었다. 논문에 집중하기로 하긴 했지만, 긴급한 문제가 있으면 대응하겠다고 말했을 때, 담당자 따로 지정할 테니 논문만 쓰라고 한 건 Cell리더였다. 그리고 중간에 라인에서 한번 연락이 와서 라인에 가보니, 이미 인수받은 새 담당자가 있었고, 이제 자기가 담당자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냥 현장에도 인폼 하고 논문을 썼고, 끝나고는 교육 3일 다녀와서 출근한 첫날이다. 


그렇다고 라인을 안 간 것도 아니다. 수습이 안된다고 하길래, 라인 들어가서 확인하고 정리도 마치고 왔다. 굳이 근처도 오지 말라는 뉘앙스로 사람을 빼더니만 갑자기 내가 일을 안 해서 사람들이 힘들어하니 다른데 자기 Cell에서 일 못하겠다는 소리를 나보고 하라고? 


그날 회의실에서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별 말도 못 하고 나왔다. 완료보고만 하면 끝날 과제였다. 그런데 고생은 내가 하고 완료보고할 쯤에 담당자 바꿔서 성과 빼가기 한 걸 뻔히 알고 있는데, 저런 소리까지 들으니 그 순간부터 정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체 난 뭘 어떻게 해야 되지? 


며칠 후 파트 회식날, 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 갔다. 그리고 다 들으라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파트장님한테 물었다. (연극했어서 발성이 좋다) 


"파트장님, 제가 일을 못하는 사람인가요? 그래서 제가 다른 데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무슨 소리야... 그게 갑자기?"

"제가 최근에 갑자기 회의실 잡혀 들어가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파트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면 저 일을 바꿔봐야 할 거 같아서요" 

"잠깐만 나와봐."


바깥에 서서 전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한참을 이야기했다. 나는 좀 억울하다고. 파트장님이 한 번만 참고 넘어가자고 하시더라. 개소리 한 번만 더하면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그래서 씩씩대면서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요령이 없었다. 쌈닭이 대외적으로 쌈닭이어야 하는데, 매번 그렇게 부서 안에서 쌈질이니... 다시 돌아가면 그렇게는 안 할 거다. 요령껏 잘 구워삶을 수도 있었을 건데, 너무 삐딱하게 굴었던 것 같다. 암튼 그렇게 나는 거기서 아무 일도 없는 척, 다시 일하게 됐다. 


그런데 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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