였다. 물음에 변호사는 아주 명쾌하게 자신을 또 만날 일도 남편을 만날 일도 없다고 답했다. 양육권 분쟁이기에 법원에서 가사조사라는 것을 할 때 마주치긴 하지만 조사관 앞에 출석해 물음에 답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시 이 먼 길을 전철을 타고 망연자실 달려올 일도, 그 말 안 통하는 사람과 대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재산분할과 함께 소송을 선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옛 말에 송사하는 자식은 두지도 말라고 했다고, 소송은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일상을 문서화하는 작업은 예상보다 피곤하고 돌덩이처럼 마음을 짓눌렀다.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선택했으면서도 아주 자주 이 일이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두려움과, 예측하기 어려운 상대의 반응. 그리고 혹시나 정말 혹시나 내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감은 늘 어깨를 타고 있었다.
두려움과 부담감과 불안을 등에 지고 과제를 하러 나갔다가 산기슭에 자리 잡은 아기의 새 어린이집으로 아기를 데리러 갈라치면, 우리 아기가 나 때문에 잘 다니던 어린이집도 바꿔서 적응하느라 너무 고생이구나... 하는 죄책감까지 머리 위를 타고 오른다. 무거운 가방과 함께 헉헉거리고 언덕을 오르며 이 시간들이 얼른 지나가기를. 빨리 모든 것이 끝나기를. 또 많은 것이 변해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숨 막히도록 뜨거운 더위도, 해가 쨍쨍한 피곤한 날들도, 골치 아픈 소송도, 가슴이 구멍 난 듯 쓰라린 날들도.
하원한 아이와 만나 놀이터를 가고, 밥을 먹이고 간신히 붙어있게 되면 밤에 시작되는 온라인 회의가 있다. 집에서는 아기의 성화로 할 수가 없어서 카페로 가서 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여러 가지가 버거웠을 아기는 정말 사생결단을 할 듯 못 가게 붙들고 늘어졌다. 힘으로 떼어놓고 나오는 길은 정말 때마다 슬펐다. 그렇게 슬픔이 또 하나 목덜미에 얹힌다.
오늘은 소리 지르며 엄마를 부르는 아기를 뒤로 하고 회의하러 나왔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겠어서, 견디고 싶지 않아서, 그 길로 교회로 달려가서 엎드려 엉엉 울었다. 끝도 없이 터져 나오는 괴성을 길게 지르고, 가슴 바닥에서 나오는 듯한 짐승소리를 목이 쉬도록 뱉어낸다. 온 얼굴이 구겨지고 콧물도 침도 같이 떨구며 울어대면서 그동안 누구에게도, 나에게도, 차마 기도로도 하지 못했던 깊은 곳의 생각을 쏟아냈다.
저는, 열심히 했는데요 하나님. 정말 정말 열심히 했는데요. 결혼하고 정말 한순간도 노력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그 사람을 우습게 본 적도, 만만히 본 적도 없는데요 하나님. 근데 근데 근데 때마다 오해나 받고, 경계만 당하다가요. 혹사만 당하다가요.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건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요. 저는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합니까. 못하겠어요... 다 못하겠어요.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요. 너무너무 억울합니다. 다 끝내고 싶어서 끝내려고는 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너무 억울합니다. 하나님 억울한 응어리가 맺혀서.. 풀리지 않아요.
날숨 한 번에 두려움을 던지고, 또 큰 숨 한 번에 부담감을 깨뜨리고, 흐느끼는 숨 한 번에 불안도 내뱉어 버렸다. 닦아내는 눈물에 죄책감도 함께 밀어내고, 진정하려는 마지막 작은 숨에 슬픔도 씻어 버렸다.
오늘 온라인 회의는 카메라는 켜지 말아야겠다. 다시. 일어나서 가자. 우리 아기랑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렇지.
ㅡㅡㅡㅡㅡ
저 날은 소송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자 울은 날입니다. 내가 억울해하고 있었구나. 이 두려움과 부담감은 결국 억울함이었구나. 깨달았어요.
그리고 정말로 크게 내지른 소리에 가눌 수 없던 어려운 감정들이 반절도 넘게 사라져 버려서 또 또 감사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