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대로 벚꽃을 보러 가지 못했다. 월요일 밤에 호수공원을 걸었지만 핀 건 동백꽃뿐이었고, 목요일에 학교를 찾아갔지만 그곳에는 봄이 아직이었다.
야간 업무를 하느라 낮에 시간 내기가 힘들지만, 벚꽃이 모두 지기 전에는 한 번 보러 갈까 했는데 이곳에 벚꽃이 완전히 필 때쯤 감기에 걸렸다.
감기에 걸렸어도 일은 나가야 해서 이틀 밤을 지새웠고, 쉬는 시간에는 계속 곯아떨어져 있었다. 퇴근하니 비가 왔고, 잔나비의 음악을 들으며 집에 오는 길엔 반찬거리와 잘 먹지도 않는 감기약을 사 왔다. 집에 와서는 밥을 해 먹고, 어머니를 교회에 태워다 드리고, 그새 돌린 빨래를 널어두니 오후가 다 됐다.
자고 일어나면, 계속 쉬고 또 자다가 그게 지치면 조용한 영화나 한 편 보면서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벚꽃이 비에 지고,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아도 왠지 좋은 날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