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su May 10. 2023

30대의 나를 표현하는 단어

요즘 나는 인공지능 연구실에 인턴으로 들어와 공부하고 있다. 학부 시절 인문대와 사회대, 자연과학대를 다니며 공부를 했는데 석사과정을 공대에서 하고 있으니 참 인생이 신기하다. 한 치 앞도 살펴보기 어려운 것이 삶이라는 것을 요즈음 들어 더욱 깊게 실감하고 있다.


이 분야가 아예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많다. 귀찮을 법도 한데,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나를 도와준다. 각자의 연구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들여 나를 가르쳐 주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괜히 미안해져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올해 목표가 생겼다. 이 연구실에서, 1인분을 해내는 것이다.


요즘은, 운명이 이 순간을 다시 빼앗아가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로 행복하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하루 종일 공부할 수 있다. 이제 공부를 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일을 하지 않아도, 근무지에 책을 숨겨가며 몰래 읽지 않아도 되고, 밥이나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궁금하면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고, 돈 걱정하지 않고 장비를 구하고 실험할 수 있다.


이렇게 공부만 해도 적당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급여가 나온다. 학부 시절에는 공강 시간마다 근로 장학을 하고, 쉬는 날 일일 알바를 해도 이 정도의 돈을 못 벌어 방학 때 경비 업체로, 공사 현장으로 향했어야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참 힘든 시절이었다.


10대의 나를 표현하는 단어가 불안과 공포였다면, 20대에는 가난과 고통이었던 것 같다. 그립고 빛나던 시절이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때로 돌아가 바꾸고 싶은 것도 없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이제 차츰 인생이 안정되기 시작한다. 30대의 나를 표현하는 단어는 무엇이 될까. 너무 크고, 먼 꿈을 그리지 않아도, 주어진 현재에 충실하면 조금씩 더 나은 내일이 오리라 믿는다.

이전 28화 영화 「헤어질 결심」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