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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u Apr 27. 2023

내 글의 주인공이 된 당신에게

밤새 일을 하고 아침에 집에 와, 간단히 식사를 하고 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핸드폰을 본 것도 아니고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다만 어떤 기억들이 몰려왔다. 너와의 행복한 시절에 관한 기억들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너가 부리던 애교나 말장난, 노래들을 되뇌곤 한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그런 말들을 중얼거릴 때면, 언제나 내 앞에 너가 서 있다. 그 밝은 미소로, 해맑은 몸동작으로 너는 3년 전과 똑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별 후에는 모든 기억들이 상처로 남는다. 헤어질 때는 싸우고 지쳐했던 모습이 아파 헤어졌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행복했던 기억들이 상처가 되어 나를 찌른다. 이별 후에 뭐가 남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로지 아픔밖에 남은 것이 없다.


우리는 죽이 잘 맞았다. 너가 장난을 치면 내가 받아주고, 남에게 말하지 못할 유치하고 바보 같은 사랑을 우리는 잘 주고받았다. 너의 그런 모습을 받아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너 말대로, 서로가 마지막 연애라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바쳐 서로를 사랑했다.


헤어지던 날 눈물 흘리던 네 모습이 선명하다. 카페에서 만나, 한동안 말이 없다가 생각해 봤냐는 나의 물음에 너는 미안하다며 계속 울었다. 나는 그런 네 모습이 보기 싫었다. 너는 지금 이 상황이 다시 어떻게 모면되기만을 바라지? 그런 네가 괘씸해, 나는 못된 말로 너를 쏘아붙이고는 카페를 나와 역으로 향했다. 역으로 쫓아온 너에게도 나는 증오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지하철이 지나는 통로의 의자에 앉아, 너는 흐느낌도 없이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나는 그런 네게 상처될 말들을 계속 뱉었다. 그래도 너는 나를 놓치기 싫어했다. 너는 내가 이렇게 화를 내고 자기가 조금만 참으면,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재회는 없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우리는 죽이 잘 맞았다. 나는 아직까지도, 너만큼 누군가를 오래 사랑해 본 적이 없다. 일시적인 강렬함은 있었어도, 또 미칠 것 같은 그리움이 있었어도.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연애라고 부를만한 것에는 너가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그만큼 사랑했어도, 너의 어떤 면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 장면은 행복한 기억 뒤에 꼭 따라붙었다. 그래서, 이토록 그리워도 나는 너에게 연락 한번 한 적이 없다.


언젠가 내가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을 쓴 시를 너가 발견했을 때, 너가 크게 질투하며 화낸 적이 있다. 또 너가 시를 써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행복한 감정에서는 시가 안 써진다며 끝까지 미룬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은 정말이었다.


3년이 지나서야 너에 대한 글을 쓰네. 그때 너는,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내 시의 주인공이 너가 될 거란 걸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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