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주변의 모든 것들과 연관 짓는 능력이 있다. 그 대상은 글이나 음악이 되기도, 영화나 타인이 되기도 하는데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좋아하지만 특히 계절에 감정을 이입하기를 좋아한다. 언제 변해가는지도 모르지만 눈치챘을 때는 너무나도 확고한 변화가 있을 때,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꽃이 피고, 장마가 내리고, 낙엽이 지고, 눈이 덮여있을 때. 같은 배경으로 펼쳐졌던 사건이 딱 몇 년 전의 일임을 떠올리면 어떤 기억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다. 계절과 함께 우리 주변의 배경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사건은 특별해진다. 계절은 우리의 모든 사건을 언젠가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단서가 된다.
겨울에는 봄이 오면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진다. 따뜻해지는 날씨만큼 자신의 삶도 나아지고, 피어나는 꽃잎처럼 그리운 사람도 돌아오리라 믿을 수 있는 계절 겨울. 날이 좋아져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결국 계절조차 내 곁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 봄이 되어서야만 받아들여진다. 나는 사계 중 봄이 가장 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