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5년 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을 받지 못했다면 24시간 돌아가는 기계레일 위해서 함께 운명했을 것이다. 성능 좋은 기계가 더 빨리 찾아왔다면, 무거운 기계가 덜컹덜컹거리다 나사 하나가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더 빨리 인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5 년 전 후배에 질문은 이랬다.
“선배님 왜 일을 하세요?”
그때 당시를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면 제 몸 크기만 한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땀은 구슬이 되어 목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자바닥에 딸려온 흙은 햐햔 티셔츠 위에 그림을 기리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후배에게 대답한 기억이 난다.
"아들놈 입으로 숟가락 들어가는 게 너무 좋아"
그때 당시 내 아들에 나이는 4살이 되었다.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결심한 것이 있다. 밀린 카드값을 돌려 막기 위해서 딱 3개월만 다니자였다. 전 옷을 파는 점포, 부산에서 가장인구 유동이 많은 곳 서면 지하상가에 취직하게 되었다. 하지만 출근지는 집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 2층 이상 건물 하나 없는 풀 냄새가 풀풀 품기는 곳으로 출근을 해야 했다.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는 곳이었다. 지하상가는 작은 평수로 이루어 졌이기 때문에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창고를 잡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 조금만 지하상가들이 많은 상품을 파는 이유에 답이었다. 아침 7시가 되면 1톤 트럭보다 더 높이 쌓아 올린 박스를 하나하나 맨손으로 받아야 했다. 지하 1층 계단 모퉁이에 착곡 차곡 쌓아 올려 나갔다. 쌓인 박스가 넘어지면 다시 탐을 쌓고 무너질까 조심스럽게 옆 모퉁이를 발로 툭툭하고 밀어 넣었다. 이렇게 지하 계단에 모든 박스를 내 키만큼 올리면 오전 업무는 끝이 났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어제 팔린 상품에 택[상품명이 적인 꼬리표] 을 펼친 다음 티셔츠, 반팔 티, 운동화를 숨박꼭질 하듯 다 찾은 다음 새로 만든 박스에 꾹꾹 눌러 담아서 차에 싣고 배달을 완료한다. 배달이 끝이나면 발끝부터 머리까지 창고에서부터 함께 딸려온 먼지들을 털 탈 털고 점포입구에서 “안녕하세요. 땡땡땡 브랜드입니다” 하고 허리 숙이며 인사를 시작했다. 이렇게 계속 반복적으로 하루를 보냈고 한 달 급여를 받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머리 벗어진 사장님과 첫 면접자리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라고만 말을 했지
“제 급여는 얼마입니까?” 라고 질문하지 못했던 게 기억이 났다.
한두 달 더 일을 잘한다면 급여는 더 올려 주겠지라고 기대했다. 사람들은 여름을 피하기위해 슬리퍼와 센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여름이 다시 돌아왔을 때 5만 원에 인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 달 65만 원으로 밀려 오는 카드 값은 막지는 못했다. 이 딱한 사정을 어떻게 들켰는지 같이 일하는 선배가 인근 백화점에서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저를 추천해 주셨다. 그때 백화점 하루 아르바이트 일당은 3만 원이었다. 저는 감격했고 6개월을 휴무일 없이 돌려야 했다. 당연히 카드 값은 다 메꾸게 되었다. 백화점 일이 잘 맞았는지 급여에 만족했는지 10 년을 보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점포에 점장으로 추천받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20년 전 초등학교 때 코 흘리며 소꿉장난치던 여자 동창을 결제 데스크 앞에서 만났다. “이건 운명일 거야!” 하며 연애를 시작했고 얼마 후,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5년 후 후배에 다시 찾은 질문은 이번은 달랐다. 그전과 다르게 온종일 이것만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왜 일을 하는 거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지?”
그렇다. 딱 카드값 3개월 이 버리 속에서 불꽃이 번쩍하며 파티가 시작되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었다. 주변의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쫒아서 그런지, 저 역시나 그 목표를 뒤쫓아 가고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직장에서 3분에 1 이라는 시간을 사용한다. 돈이 많으면 아침 7시 부터 일어나 우유에 시리얼을 대충 말아먹고 지하철에 몸을 종이학처럼 구겨접은 다음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 몸을 싫어 나르지 않아도 된다. 머리 빛나는 상사의 역겨운 입냄새도 더 이상 안 맡아도 된다. 동기들과 담배를 맞대며 오늘 있었던 일을 씹어대지 않아도 된다. 계속 푸시하는 마감일도 상관없을 것이다. 점심 식사 메뉴 한번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직장 선 후배 관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마음 편할 수 없는 세상. 이 세상에 가장 복잡한 인간관계도 투명한 호수처럼 잔잔해질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끈끈한 시간도 같이 할 수 있다. 애인과 5성급 호텔에서 룸 서비스를 받으며 긴 시간을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놀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이웃나라 가락국수 한 그릇 먹고 올게요! 라고 말하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직장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는 만큼 돈으로 돌려준다면 허리 굽혀 절을 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다 아닌 사실이다. 분명 돈을 갈꼬리로 쓸어 담는 사람도 있다. 죽을 때까지 마르지 않는 우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 부모님에게 아파트 한채 물려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지금까지 쌓아 놓은 것들이 무너 질까 두려워 밤새도록 지키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돈일까?
행복일까?
성공일까?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가?
과연 내게도 그런 것이 존재했을까?
난 무엇 때문에 지금 이렇게 까지 일을 하는 것일까?
과연 그것이 돈이 이라면 지금까지 돈을 쌓아야 하지 않았을까?
내게도 꿈이란 것이 있었을까?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이제부터 난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