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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석 Nov 06. 2024

날 믿지 못하는 병

남들을 따르는 세상 속에 사는 나

복잡한 세상, 빠른 물살에 떠 내려가듯 바쁜 세상에 몸을 뛰어 놓고 살아간다.

우리는 이런 병명을 얻게 되었다.


시간이 없어요” 

너무 바빠요” 

빨리 해야 합니다” 

“빨리 가야 합니다”

당장 끝내야 합니다”


그건 빠른 병, 바쁜 병이다. 


천천히 가려고 해도 둥둥 떠 다니는 구름 보며 달리려 해도 뒤에서 자동차 클락션을 눌러 된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에 순서만 바꿔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하루 기분을 망쳐 버린다. 직장에서는 작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주변에 아파트가 높이 오르면 내 집이 그늘에 가려서 제자리인 것 같아서 마음은 더 다급해진다. 성공해야 한다며 돈을 많이 벌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며 악착같이 살아가라고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조언하며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 개고생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속은 문들어진다. 속 마음을 시원하게 내뱉지 못한다. 생각은 넘쳐나지만 경주말처럼 내 옆에 보이는 것을 가려두고 정신없이 살고있다. 생각을 차단해야 내 체력을 더 높일 수 있기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말도 글로도 표현하지 못하게 되었다.


매일 오르는 물가 때문에 직장에서 더 잘 보이려고 잘 익은 벼처럼 고개 숙이며 살아간다. 그 어떤 성과도 영향력도 없다. 늘 자신감은 바닥이다. 늘 누군가에 의견을 따라가야 한다. 인간관계 와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습성까지 붙이게 되었다. 내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늘 피곤하고 푹 자고 아침 출근이 겁이 난다. 일이 끝나도 상사에게 잘 보여야 하기 대문에 선배에 잔소리를 듣기 위해 늘 퇴근 시간은 자정을 넘긴다. 이렇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더 심각한 건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던져 놓고 살게 되었다. 


내가 왜 침대만 보면 잠을 자야 하는지, 늘 시간이 부족한 것인지 그 이유도 찾을 시간도 내지 못한다. 늘 불안하고 걱정이 내 눈앞을 가렸다. 쏟아지는 햇볕에 놀랄까 봐 시원하게 걷어 치우지도 못한다. 매일 터치는 문제들 때문에 하루하루 불만 끄기 바쁘다. 속은 답답하고 시꺼멓다. 내 속에 응어리들은 계속 말을 걸기 위해 올라오지만 그 소리가 무엇인지 듣지도 풀지도 못한다. 이런 걸 계속 가슴속에 쌓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수많은 정보들이 내 주변 곳곳에  쌓아 놓는다.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 내려놓기보다. 주변의 쌓인 정보들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다고 믿게 되었다. 그 어떤 답을 받을 때도 직접 확인해 보거나 의심해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늘 다른 살람들에 말에 따른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문을 나올 때까지 학생들은 늘 강단 위에 높으신 분 위주로 교육을 진행한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내세우기 위한 장은별로 없다. 늘 시키는 대로 따라야 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 또는 직장 상사의 명령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최근 많은 학교들이 그룹토위 위주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경청하며 이야기 나누는 교육으로 변해하고 있다. 지금은 인공지능 AI 가 생겼고 Chat GTP [다양한 질문에 일관성 있고 맥락 있는 답을 생성하도록 하는 인공지능]가 나온 이후 대학생들 리포트를 작성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도개비 방망이처럼 키보드 몇 번 두드리면  A4용지 5장 분량에 답을 10초 안에 던져준다. 물건을 구매할 때 남들에 후기를 보거나, 인기차트를 보고 선택한다. 남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따르게 되었다. 남들도 세상을 따르니 나 역시나 세상을 따르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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