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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공메자 Dec 01. 2024

138 나는 사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가

어느 한 날 이웃인  부아c 작가의 블로그 글에서  "내가 아는 참 사치스러운 사람"의 글을 보면서 느낌이 왔다. "나는 지금 사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닐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필자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서 이야기해 본다. 인생 1막(배움의 시간)과 인생 2막(채움의 시간)은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사치(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난친 생활을 함)’를 모르고 살았다. 공직 퇴임 후 인생 3막(나눔의 시간)을 시작하면서는 부아c 작가가 말하는 사치를 좇는 것 같다.


먼저 인생 1막~인생 4막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이는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인생 1막을 배움의 시간, 2막은 채움의 언덕, 3막은 나눔의 공간, 4막은 비움의 순간으로 구분하였다. 이것을 나는 조금 변형해서 인생 1막과 4막까지 배움·채움·나눔·비움의 ‘시간’으로 통일하였다.  


나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유년기와 학창 시설을 어렵게 보냈다. 과거 대학 최종 면접시험 이야기를 해 본다. 00대학 영어학과를 지원하게 되었다. 면접위원 7명 중 6명은 상식 내용 질문으로 다 답변을 하였고 마지막 위원께서 영어로 질문을 하였다. 질문 내용을 해석해야 어떤 식으로든지 답변을 하는데 전혀 모르겠는 거였다. 


그래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엉겁결에 "I don't know(무슨 자신감)"라는 답변이 튀어나온 거다. 면접위원님이 웃으시면서 "알겠습니다. 나가 보셔도 됩니다."라고 하였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리고 의기양양하게 퇴장을 했다. 


이후 합격자 명단에 나의 이름이 있는 거였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합격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영어로 답변을 해서, 측은해서, 기가 막혀서!"라는 이유로 합격을 시켜 준 것인가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아무튼 기분은 좋았고 문제는 등록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 1학기 등록금이 50만 원이었다. 어린 마음에 어려운 부모님 호주머니 생각하다 보니 도저히 대학 등록을 할 수가 없었다. 가난한 게 죄다. 누굴 원망하겠는가. 그렇게 대학은 포기하고 말았다.        

인생 2막은 타인을 위한 삶,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당시 공무원 박봉에 먹고살기 바빠서 국어사전에 나오는 ‘사치’는 언감생심이었다. 36년 소방관 생활은 정말 긴 여정이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사건사고도 많았고 말이다. 다 이야기하려면 몇 밤을 새워야 된다. 이후 이야기들은 후반부에 또 나온다. 그동안 아내의 절약 정신이 있었기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퇴직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부아c 작가가  말한 사치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치스러운 건 아니다. 춘천소방서에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고 블로그 시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온라인 이웃 여러분과 소통하면서 공저 전자책(2권)과 개인 전자책(1권)을 출간 할 수 있었다. 글의 맛을 본 나는 열공하면서 종이책 집필의 꿈을 꾸게 되었다. 어떤 유형의 종이책을 쓸 것인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에세이였다. "좋아 좋아! 한번 해 보자." 라는 심정으로 기 크몽에 출간한 개인 전자책을 수정·보완해서 한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종이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전자책으로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어느 정도는 다 보여 준 거다. 내 멋대로 살아 보려고 작정을 한 거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 안 해! 나의 삶을 사는 거지 뭐! 즉 사치스러움을 추구하며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였다. 책 읽기와 글쓰기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말이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에 의하면 “첫 번째 산이 자아(ego)를 세우고 자기(self)를 규정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자아를 버리고 자기를 내려놓은 것이다. 첫 번째 산이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사람을 반어적으로 사치스러운 사람이라고 표현해 본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치가 물질적 소유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많은 것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그 의미를 반대로 사용한 것이다. 즉,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사람은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사는 사람인데, 이를 사치스럽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런 삶이 물질적 소유보다 훨씬 고귀하고 가치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글의 요약: 두 번째 산, 고귀한 사치>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배움의 언덕은 멀고도 험했다.

대학 문 앞에서 외친 “I don’t know”,

그러나 삶은 나를 밀어냈다.


소방관이 된 나는

타인의 안전을 위해 뛰며

36년을 보냈다.

사치란 말, 그땐 몰랐으나

지금 나는 느낀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치스런 삶이 시작되었다.


물질의 사치 아닌

나눔의 사치,

내 삶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며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이,

고귀한 사치를 좇는 나,

그렇게 나는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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