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
파도는 바위가 늘어선 해안에 도착한다. 파도가 하나 태어나면 하나의 파도가 무너진다. 파도는 파도의 깊이와 높이대로 너울거린다. 파도 속으로 파고 들었던 어떤 바람은 불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파도는 파도의 흔들리는 손톱자국이다. 파도는 파도가 바다를 일으킨다는 것을 안다. 파도가 높은 지붕이 되면 바다에 무슨 유익이 될까.
파도와 파도의 관계는 다른 얼굴에 가 닿는 것과 같다. 파도는 모든 강물을 잡아당겨도 멈출 수가 없다. 절벽에 꽃이 피는 것은 파도가 철썩이기 때문이다. 파도는 파도를 끌어안을 줄 안다. 파도가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것은 읽어야 할 파도보다 용서를 쓰기 위해서다. 파도는 파도에 의해 씌어 진다. 파도가 별을 보기 위해 수평선이 되어 눕는다.
파도는 파도의 피에서 태어났다. 파도는 파도 끝에 있는 모래알을 생각한다. 파도는 모래의 짭조름한 맛을 기억한다. 파도가 바위 등을 쓸어안는 것은 몽돌을 낳기 위해서다. 파도는 파도 때문에 부서질 줄 안다. 파도를 쥐고 바다 속 깊이 울리는 울음이 파도소리라는 것을 안다. 파도는 끊임없는 파도가 바다의 영토가 된다는 것을 안다. 파도는 어제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