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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강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by 조희

활강

조희


함박눈이 내렸다


네트를 넘으며 속도를 위해 몸을 기울이면

탁구공이 나보다 먼저 날아가고

나는 상자에 담긴 채


상자에 담기지 않는 빛들을

너와 나의 탁구대 사이에 둔다


빛이 잠든 밤의 일이었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의 새는 활강에 익숙하다


시간의 내부는 언제나 빠르고

젖은 숲 바깥의 시간을 떠올릴 때 손바닥을 펴면 한 움큼의 빛이 웅크렸다


네가 이미 죽은 얼굴로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릴 때


잘 찾아봐, 죽은 얼굴이 눈꺼풀을 뜰 때까지


빛은

소파나 식탁 밑

아니면 상자 속 같은데

우연처럼 말하면

네가 없는 차가운 옆이 만져졌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새들은

거울의 중력을 거스르고


다시 튀어오를 수 있는 불가능성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린다


나무에는 참새 떼가 앉아 있다

자주 튕겨나가는 것들을 생각한다


함박눈이 모자에 쌓이고

네가 없이 게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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