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조희
그곳은 두 눈을 가리고 울고 싶은
그림자를 품고 산다
새들은 구부린 팔꿈치 각도를 그리며 날아다니고
무거운 중력에 이끌리어
손바닥에 적어 놓았던 주소를 잃고
오거리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시계가 길게 늘어져 있었고 빈 몸을 휘감던 미역줄기가 사각거렸다 떼어낼수록 단단하게 엉겨 붙던 미역
물감을 엎질러도 하나의 길이 떨어지지 않는
죽은 얼굴을 몇 번이나 뒤집었을까 한증막에 있는 것처럼 땀이 났다 신호등이 깜빡거렸고 가면을 쓴 스물다섯 명쯤 인간 옆을 지나쳤다 화장을 지우며
오거리는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구부린 팔꿈치 각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횡단보도에 서서 그림자와 나의 각도를 바라보았다
빛은 선명했다
문득 손안에 복숭아 문장이 고였다
물컹한 향기가 오거리에 번졌다
손바닥을 펴자 젖은 숲길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