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조희
양파는 반지를 만드는 중이다. 바깥은 초록의 계절. 양파는 바다에 의자처럼 떠 있기로 했다. 의자는 네 발 달린 짐승. 잔뿌리를 모으면 양파의 몸이 뜨거워졌고 파도가 끈적거렸다.
해안선 따라 기차가 달려갔다. 기차는 검은 창문으로 숲을 감췄다. 양파는 기차 창문에 붙어서 흐느적거렸다. 양파는 창문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 속은 지도 아닌 지도.
양파는 반지가 반지를 만든다는 걸 안다. 습관이 미래를 낳듯이, 파도는 파도를 끌어안았다. 어떤 파도는 돌의 날개를 접고 하나의 돌멩이가 되어 해변에 뒹굴었다. 양파는 원만한 세상을 위해 모서리를 아끼기로 했다.
양파가 하얀 계단을 내려가는 시간은 오후 1시. 기차는 수평선처럼 반듯해지기 시작했다. 기차는 초록의 계절. 양파는 흰 양파다운 냄새를 내 코에 욱여넣었다. 내가 반지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