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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라*가 있는 연못 풍경

-내일을여는작가, 2023년 봄호

by 조희


파울라*가 있는 연못 풍경/ 조희



잉어떼가 연못 둘레를 그려요


잔잔히 일어나는 파문, 연못 속 덤불로 내려가는 수초 사이에 파울라가 있어요 굵은 선으로 단순하게 미소 짓는 그녀, 꿈밖으로 자란 머리칼을 곱게 빗어 뒤로 묶었어요 손에는 꽃을 들고서


그녀는 아프리카 나무인형처럼 연못의 둥근 무릎을 껴안았어요 연못은 모서리가 닳은 달을 낳았고 피가 도는 돌을 낳았고 빛나는 거울을 낳았고 우리가 우리를 모를 때


가라앉은 산을 배경으로 그녀가 수면으로 떠올랐어요


그녀의 이마에 구름이 앉았다 흘러가요 바람이 그녀의 숨결을 읽어요 눈, 코, 입, 불룩한 배

물의 맥박은 빠르게 물결치고


그녀 옆에 어린 나를 팔에 안고 젖을 먹이는 엄마도 나타났어요 우리는 모두 누드, 윤곽이 둥글고 굵은 원시인처럼 연못에 누워 있어요


파울라와 엄마에게는 커다란 유방과 불룩불룩한 엉덩이가 있어요 연못은 자궁처럼 깊고 물렁물렁해요 수초는 손바닥으로 물결을 뒤척이고


나는 연못에 파울라와 어린 나와 엄마를 두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신발에 연못이 묻어 왔어요 자고 나면 물이 찰랑거렸죠


새벽 물안개가 자욱한 연못, 상상이 상상을 낳고 있어요 가끔 물속에서 내가 쏟아져요

눈꺼풀에 붙은 지느러미의 시간이 안과 밖으로 흐르고

나는 연못의 굵은 허벅지를 베고 잠이 들어요




*파울라 모더존-베커(Paula Modersohn-Becker, 1876-1907),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연못은

모서리가 닳은 달을 낳았고

피가 도는 돌을 낳았고

거울을 낳았고

우리가 우리를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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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ula Modersohn-Becker ]


요약 독일 표현주의의 선구자. 독일 미술을 현대로 이끈 화가로 단순화된 형태와 절제된 색채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밀도있게 표현하였다. 모성과 여성의 운명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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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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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진 출처:https://blog.naver.com/cindy620/150097828111

*이미지 사진 출처:https://blog.naver.com/naneunjong/222071542576

*이미지 사진 출처:https://blog.naver.com/hmissan/70032305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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