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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훈 May 29. 2023

"나는 회사 가면 잘할 줄 알았지"

사회초년생에서 일잘러로 살아남기

처음 사회에 발을 딛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청춘들은 누구나 한번쯤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나는 회사 가면 잘할 줄 알았지"


아이러니하게도 평소에 똘똘하다는 소리를 좀 듣거나 소싯적 알바몬으로 일잘러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 그렇다. 그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더욱이 큰 문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쨋든 무언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일'이라는 것이 누구든 손쉽게 해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눈앞의 것이 더 많이 보일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 땐 수능만을 기다리고 취준생일 땐 입사만을 기다렸듯이. 하지만 대학 시절이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던 것처럼 입사 후에도 회사는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있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그것들이 꽤나 사소하다. 입사 초기에는 'OO씨, _____ 좀 가져다 줄래요?'라는 상사의 말조차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작은 서류하나 전달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선배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숨 쉬듯 일을 처리하고 있다. 더구나 어젯밤에도 친구랑 회사 이야기를 하느라 1시간 넘게 통화를 했으면서도 오늘 클라이언트와의 통화는 내면에 잠들어있던 콜포비아를 중증으로 만든다. 사실 웬만한 한국 남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한 번쯤 겪어보는데 익히 듣다시피 군대에서의 이등병은 심지어 잘 걷지도 못한다. 이런 순간들은 입사와 함께 찾아오는 나의 작고 소중한 연봉을 합리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지와 별개로 지금의 상황에 만족해서도 할 수도 없다. 회사는 우리가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빠르게 일잘러가 되고 싶은 이들, 아직 학생이라 직장 생활이 궁금한 이들, 혹은 넓은 시야와 충분한 능력치를 통해 선택적 꿀빨러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역지사지'이다.

* 역지사지 (易地思之) :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


회사(편의상 회사라고 말하나 사무직만을 뜻하지 않음)내외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태도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고리타분한 잔소리가 아닌 현재 20대가 생각하는 본인을 위한 이야기이다. 한때 우리를 힘들게 했던 작은 사회, 조별 과제를 예를 들면 간단하다. 팀장 겸 발표자, PPT, 자료조사 등 역할을 나눈 학생들은 일정을 정해 자료 전달을 요구한다. 첫 번째 스텝을 맡은 자료조사 담당 팀원들은 저마다 열심히 필요한 자료들을 모아 정리를 담당한 팀원에게 전달한다. 보통 저학년들이 겪는 조별 과제의 첫 번째 위기가 바로 이 순간이다.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온갖 링크와 pdf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내 손안에 주어진 작은 구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짜증과 한숨이 나오며 정리를 시작한다. 그렇게 정리된 자료들이 발표 자료로 만들어진다. 두 번째 위기는 이때 찾아오는데 특히 PPT 담당이 2명일 때면 더 크고 빠르게 다가온다. 이틀 남은 발표를 앞두고 전달받은 전혀 통일되지 않은 PPT는 발표자를 심히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렇게 범인 찾기는 3주 전 첫 번째 모임까지 거슬러가게 한다. 여기서 문제는 인터넷 썰로 보는 것과 같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분명히 어딘가에 빌런 한 명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전부 열심히 과제를 수행한 죄밖에 없다. 바로 역지사지의 진리를 모른 채로 과정을 보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미 학교를 졸업했거나 고학년이거나 직장 생활 중인 많은 이들은 이미 문제점을 파악하였을 것이다. 우선 자료조사는 PPT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전달되었어야 한다. 어떤 슬라이드들이 구성되어야 할지 회의 후에 그곳에 적합한 자료들을 구분해 필요한 내용만 배치한다. 발표 자료를 담당한 이들은 발표자가 발표하기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본인이 발표자라면 어떤 내용과 구성이 필요할지 가정해 보고 고민한 후 논의한 대로 제작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순서이다. 이 사고(思考)가 이미 모든 일이 진행된 후에 배치되어선 안된다. 반드시 일을 수행하기 전에 배치되어야 의미가 있다. '내가 그냥 자료를 전부 전달하면 취합하는 사람은 어떻게 취합을 해야할까?'라는 생각은 정리된 자료를 만들어내고 최종적으로 '발표 자료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라는 생각이 적절한 PPT를 완성한다.


다시 본래의 상황으로 돌아와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객, 상사, 동료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요청했다면 그 문맥을 파악함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왜 필요로 하는지를 이해한 후에 그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파악에 필요한 시간은 30초에서 길어도 5분 정도로 그리 많이 요구되진 않는다. 만약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질문이 필요하다. 처음 회사를 들어간다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말이다. 선배들은 어떤 질문을 하는지에 따라 신입사원의 능력치를 판단한다. 특출난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이상에야 그 분야에서 선수들인 그들보다 나을 수가 없다. 기껏해야 참신한 안건을 기대할 뿐이다. 따라서 처음에 일을 이해하고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지가 그들의 첫 번째 관심사이다. 왜 그런지는 앞서 설명한 예시에서 충분한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간단한 부탁부터 큰 제안 혹은 사업까지 모든 건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예시로 들어본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크고 작은 소통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부의 경우 그 부담감은 적을지라도(물론 아닌 경우도 상당히 많다) 접근성이 높은 만큼 나의 액션이 더욱 중요하다. 간단한 자료 조사를 요구받았을 경우, 이 자료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파악하고 그 톤에 맞는 내용과 형식을 맞춰 전달해야 한다. 본인의 입장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내는 것이 아닌 그 자료를 받는 입장에서 어떻게 받는 것이 업무 처리가 편할지를 생각해 보고 그에 맞춰서 준비한다. 연차가 낮을수록 아무래도 업무 중요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다르게 말하면 팀장님을 비롯한 상사들은 지금 내가 하는 일(비교적 중요도가 낮은)에 시간 투자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정리되지 않은 채로 전달되는 자료는 차라리 그들이 처음부터 혼자 금방 해치우는 것이 나았을 경우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신입에게 일을 맡기는 이유는 교육의 목적이 클 텐데 이때 선행되어야 할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외부 커뮤니케이션

외부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는 내부에 비해 소통에 허들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잘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사소한 소통의 오류가 나를 귀찮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흔히들 내부에선 클라이언트들을 비롯한 외부 조직에 대해 소위 말해 뒷담화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이때도 저연차에 선배들의 뒷담화를 곧이곧대로 따라선 안 되는 것이 그들은 대부분의 이해관계를 아는 채로 하는 이야기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보통 경험이 적을수록 회사 일에 감정이 실리기 마련인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클라이언트들도 그들의 사정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정 혹은 분량을 요구한다던지 굳이 귀찮은 프로세스가 끼여있을 경우 대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왜 이와 같이 요구했는지를 알게 되면 그 부분을 해결해 주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연히 '그렇게는 힘들어요'라는 태도는 다소 무책임한 스탠스로 느껴질 수 있게 하고 이는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무작정 잘해주거나 불만하는 것이 아닌 이유와 흐름을 이해한 상태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에서 역지사지의 태도가 기본으로 깔렸을 때 나의 업무 효율은 대단히 올라간다. 그리고 시니어급이 되었을 때야말로 빛을 발한다. 흔히 말하는 아래사람을 이해하는 참된 팀장이 될 수 있다. 이는 마찬가지로 우리 조직의 업무 효율에 상당한 이점을 보인다.


본인이 자주 쓰는 말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인용하자면,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것은 그다지 불쾌한 일이 아니다.'



위 글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현생 1회 차 한 20대 청년이 기록하는 일, 사람,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또 다른 이에게는 공감이 또 다른 이에게는 지난날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춘기록 #청춘을글이다 #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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