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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n 26. 2024

낙안읍성, 벌교, 보성차밭(국내5)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아이 펭귄들과 전통 놀이도 하고, 사또 형상의 모형 앞에 죄인 옆의 아전을 흉내 내기도 하고, 아빠 펭귄 곤장을 때리는 시늉도 하는 등 열심히 돌아다니며 체험했다.

 낙안읍성을 나와 보성 차밭을 가기 전 벌교에 들려서 시원한 콩국수 한 사발을 하고 아이들과 다양한 벽화 앞에서 재미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게 지냈다. 그리고 드디어 보성 차밭으로 갔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몇 안 되는 여행지 중 하나였던 이곳에 다시 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런 것 같은데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처음 본 차밭, 펼쳐져 있는 그 초록 무성함이 좋아 다시 오고 싶었다. 단지 몇 안 되는 어린 시절 초록 기억을 더듬어 오고 싶었다. 

 아이 펭귄들은 많이 걷는 이 길이 무심하고, 힘들기만 했다. 그런 펭귄들에게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달래며 데리고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초록을 다시 마주했다.

 엄마, 아빠 생각이 났다. 시간이 흘러 우리 아이 펭귄들이 다시 이곳에 오면 나처럼 이곳에 온 기억을 떠올릴까?


 정상에서 바다를 보고 다 내려와서 아들 펭귄이 말했다.

 "와 성취감 느껴져요!"

 초등 3학년이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순간 귀를 의심했다. 여행에서 마주한 이 아들 펭귄 말 한마디가 또 다른 초록빛으로 보성 차밭을 물들였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기억, 새로 만드는 추억이 나의 마음을 풍성하게 물들임을 느끼며 이 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PHOTO 2024. 06. 07. By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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