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무 Jul 18. 2024

나는 바이올린의 예민함이 좋다.

그렇게 나는 나의 예민함을 좋아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성깔 있는 가시나'로 부모에게 친가 쪽 친척 어른들에게 낙인찍혔다. 순종, 온순, 온유와는 거리가 먼, 자기 생각이 분명하며 할 말은 해야 하며 그래서 내 말 때문에 어른들은 불편해했다.

 "가시나가 생긴 건 지 아빠 닮아서 예쁜데 성질은 지 엄마 닮아서 못 땠다."

 "성격은 아빠가 더 못 땠는데 왜 엄마 닮았다고 해요. 성격이 아빠죠."

 실제로도 그렇다. 나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다. 부정할 수가 없다. 저 말의 뜻엔 친가 식구들이 엄마를 깎아내린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기에 어린 나이임에도 눈물 맺히지 않으려 노력하며, 바락바락 대들었던 기억이 있다. 친가 쪽 식구들은 참 한결같게도 긍정적인 말을 나에게나 동생에게 해준 적이 없다. 이를테면 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축하한다는 말이 아닌,

 "그 학교 갈 바에 부산에 전문대를 간다."

는 막말을 하거나, 내가 석사과정에 있을 때 무슨 가시나를 공부만 시키냐며 엄마에게 뭐라고 하거나, 사촌오빠가 네 부모는 고생해서 돈 버는데 너희가 다 까먹는다는 식의 막말을 했다. 그 말들이 켜켜이 쌓여, 나는 스트레스받는 날이면 꿈에 친가 쪽 사람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예민하다'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의 부정적 자아를 상기시키는 것 같아서, 그 단어가 나를 잡아 삼킬 것만 같아서 나는 두려웠다. 그 단어가 나오면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단어 자체가 되었다. 그런데 그 '예민하다'는 단어가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 계기가 있으니, 바이올린 연주를 직관하면서다. 바이올린을 잘 알지 못하고, 연주를 찾아 들은 적도 없을 때이다. 소리에 예민한 내가 그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되어 느끼고 있었다. 그 바이올린의 예민함과 나의 예민함이 만나 내 감성을 자극했다. 그래서 나는 좋았다. 그리고 나의 예민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예민함 덕분에 나는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즐길 줄 알게 되었다. 그 예민함은 나의 아이들에게 대물림되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청각에 예민한 편이다. 특히 아들은 한글을 모르는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아이가 한글을 읽고, 혼자 학원과 집을 왔다갔다 걸어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 예민함을 피아노로 표현하고 지금까지도 자기가 원해서 잘 다니고 있다. 딸은 남동생이 피아노를 칠 때면, 자기가 연주하고 싶은 곡은 가르쳐 달라고 해서 곧잘 치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같은 교무실 음악 선생님께 했더니 딸의 이것저것 물어보곤 바이올린을 배우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예민한 아이가 바이올린과 잘 어울린다며, 바이올린이 예민한 악기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며, 나는 바이올린의 예민함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 나의 예민함을 알아봐 주고 그게 나쁜 게 아니라고 해주고 싶다. 너의 예민함이 너를 빛나게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그 말을 나의 아이들에게 말한다. 너는 예민해서 소리를 잘 듣는구나, 그래서 그걸 잘 풍부하게 표현할 줄 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도 예민하다고 그 예민함은 엄마에게서 받은 거라고, 그걸 잘 조절한다면 너에게 참 좋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 역시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선생님은 예민한 사람이야. 그래서 너희가 하는 말들, 행동 등을 그냥 지나치지 않아. 나의 예민함이 너희를 기억하지."

 그리고 그 예민함이 발휘될 때마다 학교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자기에게 관심으로 가지고 있고, 자기 맘을 헤아려주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질문을 쏟아낸다. 그러면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내가 말했잖아, 선생님은 예민해서 작은 것 하나도 잘 놓치지 않아."

 그렇게 나는 나의 예민함을 좋아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