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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n 27. 2024

정신 건강 병원 상담 4.환멸감이 불안으로

단합히지 못하는 아이들

 말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행일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강강약약'의 성격의 소유자로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 강자나 이치에 맞지 않은 사람을 보면 분노하며 어떻게 해서든 한마디 하고 마는 무슨 홍반장도 아니고 굉장히 정의롭지도 못하면서도 일정 부분 마음의 빚을 안고 나서서 부당함을 이야기해야만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을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나 학교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요즘 느끼는 감정은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 줄도 모르며, 타인에 대한 이타심이 적으며, 자기 입장에서 아주 독창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이-시대의 흐름이 그렇다고 해도-내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반장의 공약 중 하나였던, 학급 회의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과 친목 파티를 열겠다는 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조 역할을 했다. 문제는 학급비에서 간식비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1인당 3,000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은 학급비에서 5만 원이 더 필요했다. 여기서 나는 나서지 않고 너희끼리 회의를 하라고 했고, 만장일치가 되어야지만 학급비를 걷을 수 있다고 전달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만장일치라며, 돈을 걷어 넉넉하게 음식을 먹으며 영상을 보기로 했다. 몇 주가 지나서 다가오는 금요일 6교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수요일에 아이들에게 나는 공지하고, 돈은 반장보고 인당 2,000원씩 걷으라고 전달했다. 그리고 나는 절차대로 품의를 올려 학급비를 쓸 수 있도록 기안하고, 업체에 전화해서 배달비가 어떻게 되는지, 배달이 가능한지, 영수증 발급을 달리해달라고 청하는 등 사사로운 일을 처리하느라 쉬는 시간 없이 바쁘게 보내며 금요일을 준비했다.


 종례 시간 이후, 반장이 따로 와서 말했다.

  "선생님 누구는 내일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깐 돈을 내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목요일 저녁 하나의 톡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돈 안 내고 안 먹음 안됩니까?"  

 


 돈을 걷는 건 민감한 사항이라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돈 걷는 일을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걷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의 의사에 따라서 이런 것도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여겨 시작한 일인데, 누군가는 친구들과 어울려 먹는 게 서툰가 보다. 누군가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왜 그 당시에 말하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일과 시간이 다 끝나고 단톡방에 자기 의견을 투척해 일을 해결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지 너무나 답답한 마음이 몰려오며 인간에 대한 환멸감이 몰려왔다.

 우리는 다 미성숙한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나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며 행동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너무나 속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게 된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은 자기 생각을 정했고 바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동료 선생님들께 의견을 구했다. 하나같이 지도하지 말라는 말이 공통된 답이다. 말을 듣지도 않을뿐더러 또 다른 민원을 받으면 내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도하지 않았다. 아무 말하지 않았고, 학교에 오지 않은 학부모와 통화에서는 아이가 미리 선생님께 학교에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하나, 나는 전달받은 게 없다고 전하는 선에서 마무리했고, 돈을 내지 않은 아이는 네 몫도 있으니 먹어도 된다고 권해도 먹지 않고, 친구들이 즐겁게 먹는 동안 책을 보거나, 영상을 보기만 했다.




 나의 수면 부족과 불안감에 대해서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그 와중에 다른 감정은 그 감정의 모습 그대로 나타나는데, 불안감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노, 화, 환멸, 짜증 등 다양한 다른 모양의 감정이 불안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학교 일을 말하며, 인간에 대한 환멸감, 교육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환멸감이 느껴진다고, 그게 불안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의 결론은

 "선생님, 힘드시더라도 갈등보다는 통합을 추구하셨으면 좋겠어요. 힘내세요."

 

 포기하지 않고 나는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나의 불안도 잠잠해질 것이라는 걸 나는 안다.


 아이들은 아주 신나게 음식을 나눠 먹었다. 주먹밥을 만드는 게 서툰 녀석들을 위해, 엄마처럼 열심히 주먹밥을 만들어 주며, 부족한 게 없는지 살폈다. 자식 입에 먹을 게 들어가면 배부르다고 하는데, 내 속이야 어떻든 막상 우리 반 애들이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보기만 해도 좋았다.

 먹지 않는 녀석이 이 속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지난 후에 한 번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사진출처 '삶은 달걀', 이루리 글, 나명남 그림,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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