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무 Jun 20. 2024

운명의 수레바퀴

마니또

 우리 반 반장의 선거 공약 중 하나였던 마니또가 2주간 진행됐다. 아이들이 내가 참여하기를 바랐고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마니또를 함께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있었으니 학기 초부터 관리하기 힘든 녀석이 내 마니또였다. 앞서 반티 사건을 통해서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상태라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runch.co.kr/@skytree12/39

 그래서 나는 나의 마니또를 위해, 마니또가 들고 다니는 터진 작은 인형에 솜을 더 채워 넣어 바느질해서 주거나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을 위해 사물함에 물통과 편지를 넣어주는 등 나름으로 열심히 마니또 역할을 했다. 그리고 중간 아이 상태를 확인하거나 좋은 말을 해주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정이 더 생기고 아이가 예뻐 보이고 관심이 많이 갔다.


 그리고 나의 마니또는 누구인지 모른 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선생님은 귀한 존재라는 메시지나 그림책 수업 시간 가르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표현하며, 행복해하는 일을 하며 살았으면 한다는 말이 중학생이라고 하기엔 아주 성숙하며, 감동이 되는 글이라 기분 좋게 2주를 보냈다. 

 드디어 마니또가 발표되었다. 나는 내 마니또에게 젤리와 함께 내가 쓴 손 글씨로 마음을 표현하며, 마니또였음을 밝혔다. 나인 줄 모른 눈치라 웃음이 났다. 그리고 나를 챙겨준 마니또를 위해 직접 만든 파우치와 편지 등을 준비했다. 그리고 내 마니또가 밝혀졌다.



 무슨 운명의 수레바퀴인 건지....

https://brunch.co.kr/@skytree12/15

 속으로 적지 않게 당황하고, 그 짧은 순간, 준비한 선물을 줘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선물을 주고, 돌아온 교무실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민원 전화를 받은 그 자리에서 내가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자아를 계속 끌고 다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민원 전화와 아이를 분리하지 못한 나를 깨닫고 2주 동안 그 편지의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떠나 행복했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고 이렇게 마니또가 되고 정해지는 것도 어떤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하며 가볍게 그 수레바퀴를 지나기로 했다.


PHOTO 2023.05.04.by J.E.

명상의 길이든 다리 아픈 길이든 만나게 되어있다. 당신은 어느 길로 가겠는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마니토'가 정확한 표현이나, 학급에서 사용한 단어인 '마니또'를 사용하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